우크라·서방, 러 점령지 합병투표에 "가짜·불법투표" 맹비난

입력 2022-09-21 08:24
수정 2022-09-21 12:38
우크라·서방, 러 점령지 합병투표에 "가짜·불법투표" 맹비난

EU "투표 강행시 추가 조치 검토"…마크롱 "민주주의 흉내낸 '패러디'" 조소

젤렌스키 "이런 소음에 입장 달라지지 않아…점령지 해방 계속"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에서 일제히 추진하고 나선 주민투표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이 20일(현지시간) 맹비난을 쏟아부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정례 연설에서 러시아 측의 주민투표 계획 발표를 '소음'으로 깎아내렸다.

그는 "우리의 입장은 이런 소음이나 발표로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단결을 유지하고, 우크라이나를 수호하며, 우리의 땅을 해방시키면서 그 어떤 약점도 보이지 말자"고 자국민에게 당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의 모든 우방·파트너국이 보여준 강력한 규탄에 감사드린다"며 "러시아는 또다른 사이비 주민투표를 조직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서방 지도자들은 높은 수위로 러시아의 주민투표 계획을 비판했다.

미국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주민투표 계획을 "가짜 투표"로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러시아의 주민투표 추진을 분명히 반대한다"며 "유럽연합(EU)과 캐나다도 주민투표 계획을 비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EU와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주민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표가 진행되는 경우 러시아를 상대로 추가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현지에서 취재진을 만나 러시아의 주민투표 계획을 민주주의 절차를 흉내낸 '패러디'라고 표현하면서 "그것이 이토록 비극적이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마 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가짜 투표"라고 비난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발트국가 리투아니아의 기타나스 나우세다 대통령도 러시아의 주민투표 계획을 '패러디'로 표현하면서 주민투표 계획을 발표한 지역에 대해 "모두 우크라이나의 땅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러시아의 가짜 국민투표는 불법이다. 리투아니아는 결과를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친러 반군 세력이 전쟁 전부터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그리고 러시아가 점령한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의 행정부들은 이날 약속한 듯 일제히 23∼27일에 러시아 본토 합병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러시아는 2014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바 있다.

국제사회의 승인 여부와는 별개로 러시아 측이 이들 지역에 대한 합병을 선언해버리면 러시아 점령지 수복을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러시아가 자국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할 수 있게 된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대우크라이나 강경파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 영토 잠식은 범죄다. 이 경우 러시아는 자국 방어를 위해 모든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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