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용 변심일까…'친푸틴' 살비니, 슬그머니 거리두기

입력 2022-09-20 18:36
선거용 변심일까…'친푸틴' 살비니, 슬그머니 거리두기

"푸틴에 대한 생각, 전쟁 중에 바뀌었다"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친푸틴' 인사로 꼽히는 마테오 살비니(49) 상원의원이 선거를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살비니 상원의원은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전시센터에서 가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푸틴에 대한 내 생각은 전쟁 중에 바뀌었다"며 "누군가 침략을 시작하고, 폭격하고, 탱크를 다른 나라에 보낸다면 모든 것이 바뀌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오는 25일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승리가 확실시되는 우파 연합의 지도자인 살비니 상원의원은 오랫동안 푸틴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서방 내 대표적인 친푸틴 인사로 꼽힌다.

극우 정당 동맹(Lega) 대표인 살비니는 과거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푸틴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기념촬영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8년에는 러시아에 오면 유럽연합(EU) 국가에 있을 때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고, 2019년에는 푸틴을 "지구상에 현존하는 최고의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워 논란을 빚었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비밀 정치자금을 후원받은 정치인으로 의심을 받아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대러시아 압박을 두고 유럽이 사분오열하는 상황에서 우파 연합의 총선 승리 가능성을 국제사회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에게 협력적인 정권이 들어설 경우 유럽연합(EU) 내 3위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가 서방 동맹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파 연합은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Fdl)과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인 동맹, 세 차례 총리를 역임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전진 이탈리아(FI) 등 세 정당이 중심이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직전까지 극우 정당이 주축이 된 우파 연합의 득표율은 47% 안팎으로 민주당 등 중도 좌파 연합을 20%포인트 가까이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국제 사회의 우려를 의식한 듯 살비니 상원의원은 우파 연합이 집권하더라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등 서방과 이탈리아의 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대러시아 제재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번 총선에서 우파 연합이 승리하더라도 정권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다는 분석이 많다. 차기 총리가 유력한 멜로니와 살비니의 불협화음이 갈수록 표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비니 상원의원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기업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00억 유로(약 42조 원)에 이르는 국가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멜로니 대표는 그러잖아도 취약한 이탈리아 재정 상황상 더 이상의 적자 재정은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멜로니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야당 지도자들보다 살비니 상원의원과 의견 차이가 클 때가 많아서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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