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원전은 친환경' K-택소노미, 충분한 공론화 이어지길

입력 2022-09-20 18:10
수정 2022-09-20 19:26
[연합시론] '원전은 친환경' K-택소노미, 충분한 공론화 이어지길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친환경 경제활동' 기준인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을 포함하겠다는 입장을 20일 녹색분류체계 개정안을 통해 공식화했다. 현 정부가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안전확보 수단으로 그동안 원전을 강조해 왔기에 예상돼 왔던 수순이다. 유럽연합(EU) 의회가 논란 끝에 지난 7월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기로 결정하면서 원전을 친환경 경제활동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내에서 더 힘을 얻어 오기도 했다.

녹색분류체계는 어떤 경제활동이 친환경인지 규정한 국가 차원의 기준이다. 원전이 포함되면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새로운 기술에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등 국내 원전산업의 생태계 회복에 한층 탄력이 붙고, 해외에서 우리 원전에 대한 신뢰 재고로 원전 수출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당장 내년에는 체코와 폴란드 등이 원전 사업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한국수력원자력이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원전은 현시점에서 '가장 싸고 탄소배출량이 적은 발전원'으로도 평가받는다. 녹색분류체계 개정이 불가피하고 시급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에 일부 수긍도 간다.

하지만 원전은 '안전'과 '폐기물'이라는, 해결이 요원한 문제를 안고 있어 이번 녹색분류체계 포함을 두고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린워싱(친환경이 아님에도 친환경으로 위장하는 행위)을 방지한다는 녹색분류체계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2031년 이후 사고저항성핵연료(ATF) 사용',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저장·처분을 위한 문서화된 세부계획 존재와 그 실행을 담보할 법률 제정' 등을 만족시켜야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는 활동으로 인정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이 역시 갈 길이 멀다. ATF는 세계적으로 아직 상용화되기 전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확보는 더한 난관이 예상된다.

환경부는 작년 12월 녹색분류체계를 발표하면서 원전을 포함하지 않았다. 당시 "유럽연합 등의 동향과 국내 여건을 고려하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할지 지속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9개월 만에 환경당국 방침이 뒤집어졌다. 환경부가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했다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환경부는 내달 6일 대국민 공청회를 여는 등 여론을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한다'라는 방침은 바꿀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여론 수렴이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남은 기간 여지를 갖고 여론을 수렴하고, 부족한 것이 있었다면 국민에게 더욱 충분히 입장을 설명하고 공감대를 넓혀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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