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국 정부 후원받는 '공자학원' 30곳 폐쇄할까
트러스 내각 출범 계기 영국 의회서 폐쇄론 확산
"초당파 의원들, 대만서 중국어 강사 지원받는 방안 논의"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영국이 리즈 트러스 내각 출범을 계기로 중국의 후원을 받는 영국 내 공자학원(孔子學院·Confucius Institute)을 폐쇄할지 주목된다.
영국에서는 최근 의회를 중심으로 공자학원을 폐쇄하는 대신 대만으로부터 중국어 강사들을 지원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만의 타이완뉴스는 20일 영국 일간 가디언을 인용해 영국 의회의 초당파 의원 그룹들이 공자학원을 폐쇄하는 대신 대만으로부터 중국어 강사와 중국어 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받는 방안을 대만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영국에서는 30곳의 공자학원이 운영중이다.
이들 영국 내 공자학원은 주로 영국 대학과 중국의 파트너 대학, 그리고 중국 정부가 후원하는 중국 국제교육재단 간 합작 형태로 운영된다.
영국의 보수당 정부는 과거에는 공자학원의 영국 내 운영을 대체로 지지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9월 초 리즈 트러스 총리를 정점으로 하는 새 내각이 출범해 전임자인 보리스 존슨 내각보다 더 강경한 대중국 입장을 취하면서 공자학원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영국 교육 당국은 현재 영국 내 공자학원들의 교육 내용과 방식 등에 대해 엄중한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러스 총리와 총리직을 놓고 경쟁한 리시 수낵(42) 전 재무부 장관은 중국을 "영국과 세계 경제·안보에 가장 큰 장기적인 위협"이라고 규정하면서 공자학원 폐쇄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공자학원 폐쇄론자들은 공자학원의 운영자금과 직원 채용 과정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또한 중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 공자학원이 강의실 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심하게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대학 내 중국어 교육을 위한 재원은 대부분 공자학원의 후원을 받고 있다.
영국 보수당의 톰 투겐트하트 하원의원과 닐 오브라이언 의원이 설립한 중국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2015∼2024년까지 10년간 공자학원이 후원하기로 한 영국 대학 내 중국어 교육 재원은 2천700만 파운드에 달한다.
미국 매체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8월 영국 내 공자학원 30곳이 직원 채용 시 개인의 정치 성향과 출신 배경 등을 조사하고, 채용된 근로자들에 대해선 어떤 상황에서도 시진핑 국가 주석을 비판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등 중국 국내법을 강요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매체는 이런 운영 행태로 공자학원은 영국 내 캠퍼스에서 마치 '조계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영국 교육기관의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위태롭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지난 8월 "영국 공자학원의 중국인 채용 과정은 모두 중국 국내에서 진행됐다"면서 "중국 공산당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지원자를 가려내기 위해 구직자의 정치적 성향과 출신 지역 등을 조사했다"고 전했다.
현재 영국 내 공자학원에 재직 중인 중국인 근로자 200명 가운데 단 2명을 제외한 198명이 한족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공자학원은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세계 각국에 알리겠다는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설립됐다. 우리나라에는 2004년 설립된 '공자학원 세계 1호점'인 서울 공자아카데미를 포함해 23개의 공자학원이 있다.
세계 각국의 공자학원은 중국 교육부 산하의 '국가한어국제추광영도소조판공실(國家漢語國際推廣領導小組辦公室)'과 국제교육재단이 관리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공자학원의 기본 목적이 중국어나 중국문화 보급보다는 중국 공산당의 이념과 노선을 선전하고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데 있다고 지적한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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