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기술, 사무직 고령 근로자 퇴직위험 3.6배 높인다
한은 보고서…IT 장비, 고령 근로자 비자발적 퇴직위험 높여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자동화 기술 도입은 사무직 고령 근로자의 퇴직위험을 3.62배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근로자 대비 퇴직위험이 1.3배 높았다.
정종우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20일 '기술도입이 고령자 퇴직위험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BOK 경제연구)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초 기준 3천33개 기업에 종사 중인 25∼69세 근로자 96만2천404명을 대상으로 기업별 기술도입 후 3년간(2015∼2017년) 근로자의 고용상황을 추적조사한 결과, 기술도입은 사무직 근로자의 퇴직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화 기술이 도입된 회사에서 사무직 고령 근로자는 자동화 기술이 도입되지 않은 회사의 사무직 고령 근로자와 비교해 퇴직 위험이 3.62배 높았다. 이는 젊은 근로자와 비교해서도 1.3배 높은 수치다.
정 과장은 "사무직 근로자의 경우 기술도입으로 모든 근로자의 퇴직위험이 커졌는데, 젊은 근로자보다도 고령 근로자에 대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칙성을 갖춘 반복 노동이 기술로 대체된 것일 수 있고, 근로자들이 기술이 도입되면서 변경된 업무수행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도 퇴직위험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IT 관련 장비 구매는 고령 근로자들의 비자발적 퇴직위험을 1.48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젊은 근로자의 퇴직 위험에는 영향이 없었다.
비자발적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해고된 경우를 말하는데, IT 관련 장비 구매가 고령 근로자의 퇴직 위험만 높였다는 의미다.
정 과장은 "비자발적 퇴직은 사용자 측에서 해당 근로자를 더 고용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노동수요 측면에서 고령 근로자의 퇴직위험을 높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직종과 퇴직 종류를 나누지 않고 봤을 때, 기술 도입은 전반적으로 근로자의 퇴직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역시 50세 이상 근로자의 퇴직위험 하락 폭이 젊은 근로자에 미치지 못했다.
자동화 기술 도입에 따른 고령 근로자의 퇴직위험은 0.88배로, 젊은 근로자는 0.77배로 낮아졌다. IT 관련 장비 구매 역시 고령 근로자의 퇴직위험을 0.51배로, 젊은 근로자의 퇴직위험은 0.45배로 낮췄다.
보고서는 "인구감소에 대비해 노동력 유지를 위한 정책 수립 시 기술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근로자 연령에 따라 상이할 수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기술 도입 시 고령자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원인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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