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업자 독점 폐해" vs "이용료 내는 건 시장 원칙"
과방위 첫 '망 사용료' 공청회서 콘텐츠사업자-통신업자 논리 충돌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콘텐츠를 제공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망(network) 사용료 지불 문제를 놓고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콘텐츠제공업계와 통신업계가 대립각을 세웠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ISP) 등 통신업계와 콘텐츠사업자(CP) 측은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공청회에서 망 설치와 이용 부담 문제 등을 놓고 상반된 주장을 했다.
당초 과방위는 이번 공청회에 소송 등 직접 갈등을 벌이는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 측의 출석을 요청했지만, 양사는 직접 참여하는 대신 관련 협회와 학계 등을 통해 진술인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청회 CP 측 진술인인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CP들에 단순 인터넷 접속료가 아닌 망 이용 대가를 부과하는 것은 인터넷 원리에 비춰 부당하며 득보다 실이 크다는 논리를 폈다.
박 교수는 "인터넷은 모두가 데이터전송을 하면 아무도 전송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상부상조 원리'에 따라 만들어져 모두가 모두에게 무제한 통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통신체계"라며 "해외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비용은 생각지도 않고 조그만 국내 망을 지난다고 돈을 받겠다는 것은 망 사업자 독점의 폐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망 사용료를 받을 경우 인터넷의 상호협력 원칙이 깨지면서 다른 나라도 사용료를 부과하게 되고, 이는 한국 콘텐츠의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인터넷 이용 비용도 늘어나고,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 확산도 저해되는 등 국내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도 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불공정행위를 제재한다는 입법 취지 자체에는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국내 CP 규제 부담만 가중하는 선별적 입법 및 집행이 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업자 간 자율 계약에 따른 사항을 법에 의무화할 경우 장기적으로 추가 규제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ISP 측 진술인으로 출석한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정보통신망(인터넷망)을 이용하는 경우 그에 따른 이용료(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의 규칙"이라며 CP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윤 실장은 "국내·국외 CP의 99%는 '망 이용 대가'를 부담하고 있고, 통신사, 최종 이용자, CP간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우리나라 인터넷 생태계를 발전시켜 왔다"면서 "인터넷 트래픽 대부분을 유발하는 일부 초대형 CP들이 이런 인터넷 거래 질서를 부정하며 인터넷 생태계가 위협받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가천대 인공지능·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는 망 사용료 공방이 단순히 특정 ISP와 CP 간 이용료 다툼이 아닌 사회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터 기반 사회·경제의 기반인 '망'을 구축·관리·운영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누가 될 지 본질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통신업계에서는 공청회를 계기로 망 사용료 관련 법안 처리가 빨라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 업계에서는 망 이용 대가 지급 논란이 넷플릭스 등 CP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업계 등 향후 데이터 사용량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다른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망 사용료 관련 입법에 속도가 붙으면서 향후 SKB와 넷플릭스의 소송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SKB는 2020년 4월부터 CP인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관련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원고인 넷플릭스가 1심에서는 지난해 6월 패소했으며,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다만 최근 과방위가 파행 운영된 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국내 CP 측의 불이익을 우려해 망 사용료 부과 법안 통과에 신중한 입장을 표하고 있어 실제 법안 처리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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