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아베 정권 때 일부 납북자 일시귀국 제안했지만 日 거부"
교도통신 "北 공작 의심했다지만 납북자 전원귀국 목표와 모순"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북한이 2014, 2015년 일부 일본인 납북 피해자의 일시 귀국을 제안했지만 당시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거부했다고 교도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일본 정부가 납치 피해자로 인정한 다나카 미노루와, 납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네다 다쓰미쓰의 일시 귀국을 제안했다.
두 사람이 북한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북한이 일본 측에 설명한 사실은 알려진 적 있지만 일시 귀국을 제안한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북한은 20년 전인 2002년 9월 17일 평양에서 열린 사상 첫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인정했고 피해자 중 5명의 일본 귀국을 허용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인정한 납북 피해자는 17명으로, 일본 측은 이들 5명의 귀국 이후에도 나머지 12명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12명 중 8명은 사망했고 나머지 4명은 북한에 입국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2014년 북일 합의에 따른 재조사를 거쳐 2015년 '8명 사망·3명 미입국'으로 정정했다.
이 무렵에 북한은 일본 정부가 인정하는 납치 피해자 다나카와 납북 의심자 가네다의 일시 귀국을 일본 측에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이들 2명의 일시 귀국을 계기로 납치 문제를 마무리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가능성을 우려해 제안을 거부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2명이 귀국해도 일본에 정착하지 않고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고, 요코타 메구미 등 다른 납북자의 안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가운데 북한의 제안에 응하면 납치 문제를 마무리하려는 북한을 도와주게 된다고 판단했다고 당시 북일 교섭에 관여한 일본 측 관계자가 교도통신에 말했다.
일본 정부는 납북자의 안부에 대한 북한 측의 설명을 신뢰하지 않는다.
북한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적인 인물인 요코타가 사망했다는 증거라며 2004년에 보낸 유골이 다른 사람의 유골로 감정 결과 드러나면서 불신이 커졌다.
게다가 다나카와 가네다는 일본에 친척이 거의 없어 다른 납북자에 비해 일본 사회의 관심이 높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아베 정권은 북한의 제안을 공개하지도 않고 거부했다고 교토통신은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북한의 공작을 의심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피해자 전원의 조기 귀국을 목표로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과 모순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두 사람의 가치를 낮게 보고 귀국을 뒤로 미뤄도 된다고 생각했다면 헌법 14조 '법 아래 평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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