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달러 패권에 맞설 SCO 독자 결제시스템 제안

입력 2022-09-17 00:17
시진핑, 달러 패권에 맞설 SCO 독자 결제시스템 제안

서방 금융제재 가능성 염두 독자 결제시스템 구축 구상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서 SCO 회원국 간의 독자적 지불 및 결제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자고 제안했다.

시 주석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우리는 지역 통화(회원국들의 화폐) 결제 비율을 확대하기 위한 SCO 회원국들의 로드맵을 잘 이행해야 한다"며 "현지화폐를 이용한 국제 지불과 결제 시스템 개발을 강화하고 SCO 개발은행 창립을 추진해 지역 경제 통합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對)러시아 금융 제재와 향후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있을 수 있는 대(對)중국 금융 제재 가능성에 맞서 달러나 유로화가 아닌 위안화, 루블 등 지역 통화로 SCO 회원국 간에 결제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미 독자적인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며 양국 통화를 활용한 결제 비중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동참하는 국가의 범위를 넓히자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자국 주요 은행들이 퇴출당하자 최대 국책은행인 스베르방크를 통해 SWIFT를 대체할 독자적 결제 시스템인 만들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 금융권이 중국의 독자적 국제 위안화 결제 시스템인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의 제안은 달러 주도의 주류 금융망에서 분리된 중·러간 별도의 결제망을 전 세계 인구의 40% 이상,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각각 차지하는 SCO 회원국들로 확대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미국의 '달러 패권'과 그 힘에 바탕을 둔 금융 제재를 견딜 수 있는 중·러 주도의 국제 결제망 구축 제안인 것이다.

SCO는 중국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 회원국으로 현재 구성돼 있으며, 곧 이란이 정회원이 될 예정이다.

시 주석의 제안은 이번 SCO 정상회의 결과물에 반영됐다. '사마르칸트 선언'에는 "SCO 국가들의 통화를 상호 교역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점진적으로 늘린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시 주석은 연설에서 향후 5년간 SCO 회원국 법집행 인력 2천명 양성 구상과 중국-SCO 대테러 전문 인재 양성 기지 건설 방안도 제안했다.

또한 앞으로 수요가 있는 개발도상국에 15억 위안(약 3천억 원) 규모의 식량 등 긴급 인도주의 원조를 하겠다고 시 주석은 밝혔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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