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유럽 항구에 묶인 비료 30만t 개도국에 무상 제공"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재 해제 후에도 유럽 지역 항구에 묶여있는 러시아산 비료 30여만t을 개발도상국에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6일 로이터·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연설에서 "전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유럽연합(EU) 지역 항구들에 쌓여있는 러시아산 비료 30여만t을 개도국에 무료로 제공할 준비가 됐다고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산 비료에 대한 제재가 해제된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하지만 제재 해제는 EU 회원국에만 적용되고 있으며 오직 그들만 러시아산 비료를 구매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방이 빈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일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7차 동방경제포럼'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당시 그는 "흑해에서 수출되는 우크라이나 곡물의 대부분이 도움이 절실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아니라 EU 국가로 보내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농산물과 러시아의 곡물·비료 수출이 막히자 세계 식량 시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이에 지난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통한 식량·비료 등 수출 재개에 합의했다.
그러나 복잡한 대러시아 제재 구조 탓에 흑해 항로 재개방 후에도 러시아산 농산물·비료 수출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비료 수출 문제 외에도 국제 및 지역 문제 해결에 SCO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SCO 틀 안에서 주요 스포츠 행사를 개최하는 방안도 고려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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