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악성 유튜버에 멍드는 '한·베 수교 30년'
유명인·기업 관련 가짜뉴스 무차별 양산…"특단의 대책 필요"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이대로 방치했다가 양국 관계가 파탄날까 두렵습니다."
최근 하노이 도심에서 만난 한인단체의 한 관계자는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악성 유튜버로 인한 폐해를 지적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12월로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국과 베트남은 그동안 빠른 속도로 관계를 증진해왔다.
양국은 수교 이후 경제·문화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지난 2009년에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관계를 격상했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양국 간 교류는 비약적으로 증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양국의 교역 규모는 807억달러로 수교 당시에 비해 약 161배 늘었으며 올해는 드디어 1천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에는 한국 기업 9천여 개가 진출해 있으며 누적 투자 1위 국가도 한국이다.
인적 교류의 폭도 급속도로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양국의 상호 방문 규모는 수교 첫해에 비해 2천400배 가량 늘어난 484만명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한류 열풍은 한국 드라마, K팝, 영화 등을 중심으로 거세게 확산하면서 양국 국민들의 문화적 교감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일례로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수도 하노이의 중심부인 호안끼엠에서 열린 등불 문화축제에는 하노이 시민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 등 무려 8만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유튜브에서 독버섯처럼 퍼지는 가짜뉴스는 양국 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인 존재로 기능하고 있다.
대체로 이같은 성향의 유튜버들은 가짜뉴스를 토대로 베트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산하려는 목적의 콘텐츠를 양산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 정부 부도 확정', '베트남 한국 대사관 공격' 등 얼핏 보기만해도 대번에 가짜뉴스임을 알 수 있는 제목을 내건 경우가 다반사다.
베트남 총 수출에서 2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이들이 자주 노리는 먹잇감이다.
이 회사와 관련해서는 '삼성 베트남 철수 통보', '삼성 베트남 철수 본격화' 등의 가짜 뉴스를 대놓고 양산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인 박항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도 악성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단골 메뉴다.
박 감독은 그동안 베트남 현지에서 퇴출됐다거나 중국으로 쫓겨났다는 등 가짜뉴스에 수도 없이 시달려왔다.
문제는 악성 유튜버들이 생산하는 허위 콘텐츠의 자극적인 내용에 일반 유저들이 쉽게 유인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구독자 및 조회수 증가로 이어지면서 결국 상당한 규모의 광고 수익을 거두게 된다.
이에 따라 통신, 신문, 방송 등 전통적 언론매체들이 공익 차원에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요컨대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크를 강화하고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활동중인 한 체육인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면서 "양국 정부가 반드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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