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1천100만㎞ 밖서 이틀 뒤 '인류 첫 소행성 방어' 실험
지름 160m 소행성에 우주선 충돌시켜 궤도 수정 시도
큐브샛 통해 충돌 확인…궤도 변화는 수개월 뒤에나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해 11월 말 인류 최초의 지구방어 전략을 실험하기 위해 발사된 미국의 '쌍(雙)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 우주선이 드디어 26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목표한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에 충돌한다.
자판기 크기 우주선을 지름 160m 소행성에 충돌시켜 원래 궤도가 바뀌는지 파악하려는 것인데, 인류의 운명을 하루아침에 바꿔놓을 수도 있는 소행성 충돌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지상과 우주망원경을 동원해 관측하고 현장에 우주선을 추가 파견해 확인하게 될 우주선 충돌 실험 결과는 소행성 위협으로부터 지구와 인류를 구할 방어 전략을 마련하는 데 활용될 계획이다.
◇ 언제, 어디서, 어떻게 충돌하나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 DART 우주선은 효율을 높인 태양광 패널을 펼치고 이온 엔진을 이용한 전기 추진시스템을 가동해 11개월 가까이 비행해 왔다.
최종 구간에 들어선 우주선은 이틀 뒤인 26일 오후 7시14분(한국시간 27일 오전 8시 14분) 지구에서 약 1천100만㎞ 떨어진 곳에서 '운동 충격체'(kinetic impactor)가 돼 시속 2만2천㎞(초속 6.1㎞)로 디모르포스에 돌진하게 된다.
DART 우주선은 570㎏, 디모르포스는 50억㎏에 달해 골프 카트를 끌고 대피라미드에 충돌하는 것에 비유되곤 한다.
쌍소행성계의 작은 천체인 디모르포스는 그리스어로 쌍둥이를 뜻하는 지름 780m 소행성 '디디모스'(Didymos)와 중심점 간 거리가 약 1.2㎞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 거리에서 초당 17㎝씩 11시간 55분 주기로 모체인 디디모스를 돌고 있다.
DART 우주선은 충돌 4시간 전 약 9만㎞ 밖에서 마지막 경로 조정을 하며 '스마트(SMART) 항법' 비행체제로 완전히 전환해 관제팀 지시 없이 카메라에만 의존해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가게 된다.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가 워낙 가까이 붙어있어 비행 과정에서 목성과 위성(달) 유로파를 이용해 두 소행성을 구분하는 모의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가능성이 10%가 안 되는 것으로 제시돼 있기는 하나 디모르포스에 충돌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갈 경우에는 곧바로 연료절약 모드로 전환해 2년여 뒤 다시 충돌을 시도하게 된다.
디디모스 쌍소행성은 2.11년(770일)을 주기로 태양 주변을 타원궤도로 돌고 있다. 가까이는 태양~지구 거리(AU)까지 다가오고 멀리는 화성 너머 2.27 AU까지 나간다.
DART 우주선은 지상망원경으로 관측하기 쉽도록 쌍소행성이 지구에 근접한 곳에서 충돌하는데, 이처럼 근접하는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며 2062년에나 다시 볼 수 있다.
◇ 안방서 확인하는 충돌…충돌 직전과 이후 이미지 곧바로 확보
존스홉킨스대학 응용물리학연구소가 제작한 DART 우주선에는 '디디모스 정찰 및 소행성 광학항법 카메라'(DRACO)라는 이미저가 장착돼 있다. 우주선의 스마트 항법에도 활용된 이 이미저가 지난 7월 처음으로 3천200만㎞ 밖에서 디디모스 쌍소행성을 포착했으며, 충돌 직전까지 디모르포스의 이미지를 잡아 지구로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DRACO는 충돌 1시간30분 전까지는 디모르포스를 식별할 수 없어 디디모스를 길라잡이 삼아 비행하다가 충돌 50분 전부터 디모르포스를 목표로 비행하게 된다. 우주선은 충돌 2분30초 전 이온엔진을 끄고 관성의 힘만으로 충돌하게 되는데, 충돌 3초 전까지 보내는 이미지는 아직 형체조차 파악되지 않은 디모르포스가 처음으로 인류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 된다.
우주선이 운동 충돌체가 돼 충돌하는 장면과 이후 상황은 서류 가방 크기의 이탈리아 큐브샛 '리시아큐브'(LICIACube)가 뒤따라가며 촬영한다.
이탈리아 우주국이 제작한 리시아큐브는 충돌 보름 전인 지난 11일 본선에서 떨어져 나와 독자 비행 중이다. DART 우주선이 디모르포스에 충돌할 때 약 1천㎞의 안전거리를 두고 따라가며, 3분 뒤에는 충돌 현장 55㎞ 상공을 통과하며 두 대의 광학 카메라로 세세한 장면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하게 된다.
리시아큐브가 촬영한 고선명 이미지를 모두 받아보는 데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겠지만 첫 이미지는 하루 정도면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유럽우주국(ESA)과 2년 뒤 추가로 탐사선을 발사해 2026년께 디모르포스에 생긴 충돌구와 충돌 효과를 파악하는 '헤라'(HERA) 미션을 진행한다. 두 대의 큐브샛까지 배치돼 충돌 이후 디모르포스의 공전 궤도와 자전율 등의 변화를 정확하게 측정하게 된다.
◇ 예상되는 궤도수정 결과는
DART 우주선이 디모르포스에 충돌했는지는 거의 실시간으로 알 수 있지만 궤도 수정 효과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데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충돌 뒤 지상 망원경은 물론 허블 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까지 동원해 디디모스 쌍성계를 들여다보며 디모르포스 공전 주기가 바뀌는지를 추적 관측하게 된다.
디모르포스가 공전하는 과정에서 디디모스의 빛을 일부 가리게 되는데 빛이 줄어드는 간격을 측정해 공전 주기의 변화를 확인하게 된다.
이론적으로 공전 속도를 1%가량 줄여 공전 주기가 약 10분 단축되며 궤도가 바뀔 것으로 제시돼 있으나 실제 결과가 그럴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디모르포스가 단단한 바위로 이뤄져 있다면 당구 게임처럼 궤도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복잡하지 않지만 앞서 탐사가 이뤄진 소행성 '베누'(Bennu)처럼 자갈 더미와 비슷하게 중력으로 느슨하게 뭉쳐진 소행성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DART 우주선 충돌로 예상보다 큰 충돌구를 만들어지며 많은 분출물을 쏟아낸다면 궤도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약 3억800만 달러(4천290억원)가 투입된 이번 소행성 충돌 실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미래의 소행성 충돌 위험에 대처하는 귀중한 정보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장실험으로 얻은 이 자료들은 소행성 방어 전략 중 가장 많이 연구된 우주선 충돌과 관련된 컴퓨터 실험 모델을 정교하게 다듬고 실제 위험에 대처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NASA는 현재 지구에 3천만 마일(4천830만㎞) 이내로 접근하는 소행성이나 혜성을 '지구근접 천체'(NEO)로 관리하고 있다.
약 2만6천 개가 파악돼 있지만, 지금은 물론 다음 세기까지 지구를 위협할 소행성은 없는 것으로 발표돼 있다. NEO 중 하나인 디디모스 쌍소행성도 지구 충돌위험은 없으며 이번 실험 결과로 궤도가 달라져도 그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NEO 중 1만 개 가까이는 충돌했을 때 1∼2㎞의 충돌구를 만들며 대도시를 초토화할 수 있는 지름 140m 이상의 크기를 갖고 있다. 이 중 2천200개는 지구에서 750만㎞ 이내로 접근해 '잠재적 위험 소행성'(PHO)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이는 파악된 소행성만 그렇다는 것이고, 140m 이상 지구 근접 소행성 1만5천여 개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돼 진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제시돼 있다.
<YNAPHOTO path='AKR20220916146200009_04_i.gif' id='AKR20220916146200009_0401' title='소행성 충돌구 형성 시뮬레이션 ' caption='[NAS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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