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제한없는 우정'의 한계…우크라이나 우려?
푸틴 '중국의 우크라이나 우려 인정' 발언에 갈린 의견
고마움과 서운함 동시에 표현한 외교적 수사라는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무제한 우정'을 강조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에도 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런 틈은 15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개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 살짝 비쳤다.
푸틴 대통령이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중국 친구들의 균형 잡힌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 데서다.
언뜻 보면 이 언급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고 제재를 가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맞선 러시아의 입장을 중국이 균형감 있게 봐준다며 고마움을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7개월 가까이 되는데도, 오히려 수세에 몰린 러시아 입장을 볼 때 이런 언급의 뉘앙스는 간단치 않다.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 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두 정상은 회담을 통해 양국 간 우정에 제한이 있을 수 없다고 다짐한 바 있다.
이후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제한 우정을 강조해왔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중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이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중국은 다소 비켜선 입장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인정한다'는 푸틴 대통령의 언급은 중국에 고마움을 표시하면서도 서운함을 드러낸 레토릭(외교적 수사)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공개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담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상호 핵심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 서로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한 데 그쳤다.
이를 풀어보면 중국은 러시아의 핵심 이익이 달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러시아 입장을 지지한다는 걸로 이해할 수 있으나, 공개적인 지지라고 할 수는 없어 보인다.
사실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이 난감한 상황이다.
미중 경제·안보 갈등과 대립의 파고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고 나선다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對)러시아 제재에 나선 EU와도 맞서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이번 중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중국 측 발표 자료에 미국을 염두에 둔 시 주석의 발언도 없었고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했던 '제재 반대'도 담기지 않았다.
시 주석은 물론 중국 당국도 우크라이나 언급에 주의를 기울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로이터 통신은 1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은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비판하면서도 군사 작전을 지지하거나 지원하지 않는 등 신중한 행보를 이어왔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도 "중국이 (미국 등이) 러시아에 적용한 경제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군수품을 보내거나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피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입장에선 중국의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서방의 제재로 첨단 기술 제품 수입 등이 차단됐고 주요 수출 품목인 원유·석탄·가스 수출도 원활하지 못할뿐더러 전쟁 장기화로 인해 군수물자도 부족하다. 심지어 러시아가 북한과 이란 등에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로선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무제한 우정을 기대할 수도 있으나, 중국도 '제 코가 석 자'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중러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분야는 에너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러시아로선 주요 에너지 수입국인 유럽국가들을 중국이 대체할 수 있다. 중국 역시 경기침체 속에서 값싼 러시아산 원유·석탄·가스·전력이 절실하다.
이에 중러 회담에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에너지 등 중점 영역 교역 확대에 의견이 일치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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