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①'킹달러' 계속된다…"1,450원도 열어둬야"

입력 2022-09-22 09:35
수정 2022-09-22 09:45
[환율 1,400원] ①'킹달러' 계속된다…"1,450원도 열어둬야"

美연준, 3연속 '자이언트 스텝'…올해 1.25%p 더 올린다

추락하는 원화 가치…최근 절하 속도 다른 통화보다 빨라

대외무역 불안감에 경제 둔화 우려 커진 탓

경계수위 높이는 외환당국…"환율 변수 촘촘히 관리"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김다혜 기자 =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400원대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킹달러'(달러 초강세) 등으로 환율 상승세도 당분간 지속된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커져 상단을 폭넓게 열어둬야 한다며 환율이 1,4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환율 13년 6개월 만에 1,400원 돌파…"1,450원 가능성도"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4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환율은 지난 6월 23일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한 이후 ▲ 8월 29일 1,350원 ▲ 9월 2일 1,360원 ▲ 9월 5일 1,370원 ▲ 9월 7일 1,380원 ▲ 9월 14일 1,390원 선을 차례로 뚫으며 고점을 높여왔다.

최근 환율이 빠르게 오른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 달러가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현지시간) 세 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고,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하면서 달러 가치가 뛰어올랐다.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올린 3.00∼3.25%로 결정했다.

또한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을 4.4%로, 내년 말 금리 수준을 4.6%로 조정했다. 지난 6월 점도표의 3.4%, 3.8%에서 대폭 상향했다.

FOMC 위원들이 올해 말 금리 수준을 4.4%로 전망하면서 앞으로 남은 두 번(11월·12월)의 FOMC에서도 '빅 스텝(0.5%포인트 인상)'과 '자이언트 스텝'이 각각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 4.4%를 맞추려면 1.25% 포인트의 인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커진 만큼 상단을 폭넓게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어서면 위로는 다 열려있는데, 일단 50원씩 열어두고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도 "연준이 당분간 매파적 성향을 나타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1,430∼1,450원 터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밝혔다.



◇ 원화 약세 두드러져…"수출 경고등에 경제 성장 둔화 우려"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다른 통화들도 가치가 내려갔지만, 원화 가치 하락 폭은 유로, 엔, 위안 등 다른 통화보다 유독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킹달러'(달러 초강세)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미팅' 발언 이후 변동 폭을 비교해보면, 원화 가치 하락이 특히 가팔랐다.

원/달러 환율은 잭슨홀 미팅이 열렸던 지난달 26일부터 9월 21일까지 4.72% 상승했다. 그만큼 원화 가치는 하락했다는 의미다.

반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같은 기간 1.71% 상승했다. 원화 가치가 달러 절상 폭보다 2.76배 더 절하된 셈이다.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0.3%, 위안화는 2.69%, 호주달러는 4.12%, 싱가포르달러는 1.56% 내렸다.

원화보다 달러 대비 가치가 더 하락한 것은 일본 엔화(4.91% 절하)뿐이다. 엔화 약세의 주요인은 일본은행(BOJ)이 다른 주요국과 달리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미일 금리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주요국 긴축에 맞춰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음에도 원화가 주요 통화보다 더 약세를 나타낸 주요 이유로는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의 악화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8월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인 94억7천만달러를 기록한 데다, 8월 경상수지도 적자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아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92억1천300만달러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1996년 기록(206억2천400만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무역적자 폭 확대는 그 자체로 수급상 달러 수요가 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수출 부진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 순매도를 유발한다.

문 연구원은 "무역수지·경상수지 지표 발표가 외국인 주식 매도와 맞물렸다"며 "최근 원화 약세는 대외무역에 대한 불안감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외환당국 "단기 변동성 적극 관리…대외 건전성 지표는 양호"

외환당국은 경계 태세를 갖추고 원/달러 환율 수준과 상승 속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긴축 경로 등이 당초 시장의 예상 수준을 뛰어넘고 성장 전망이 큰 폭 하향 조정되면서 오늘 새벽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소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 등이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고강도 금융긴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악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추 부총리는 "앞으로 한동안 전 세계적으로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며 "단기간 내 변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내년 이후의 흐름까지도 염두에도 두고 최적의 정책조합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은 환율 상승의 원인, 대외건전성 지표 등을 고려할 때 반드시 '환율 1,400원 = 위기' 공식이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지금의 원화 약세는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것으로, 해외 주요국 통화 가치도 전체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우리나라의 대외 건전성 지표도 양호한 만큼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져 온 달러당 1,400원 선이 뚫리면서 시장의 불안이 확대될 위험이 커졌다.

외환당국은 국내외 외환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에 따라 미세조정 등 시장 안정 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최근 달러 거래를 하는 은행에 외환 거래 관련 포지션을 실시간으로 보고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개입 강도를 높인 바 있다.

외환 수급 관리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정책 추진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추 부총리는 이날 "환율 수준 이면에서 가격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요인들에 대해 촘촘히 관리하겠다"며 "연기금 등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 흐름, 수출입 업체의 외화자금 수급 애로 해소 등 외환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시장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ssun@yna.co.kr,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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