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자동소총으로 저항군 처형"…전쟁 범죄 논란
영상 SNS 확산…탈레반 "언제 어디 누군지 몰라…조사 중"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붙잡힌 저항군을 자동소총으로 처형하는 영상이 최근 공개되면서 전쟁 범죄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탈레반 대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산비탈에서 손이 뒤로 묶인 남성들을 자동소총으로 처형하는 영상이 확산됐다.
총을 쏜 이들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가장 위대하다'는 뜻의 아랍어)를 외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탈레반 통치에 반기를 들고 싸우는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은 탈레반이 저지른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시브가툴라 아흐마디 NRF 대변인은 1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탈레반은 8명의 자랑스러운 NRF 대원을 생포한 후 사살하는 전쟁 범죄를 다시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NRF는 작년 9월 판지시르의 주도(州都)가 탈레반에 장악된 후 산과 계곡 등으로 숨어 들어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RF는 지난 6월에도 저항군 3명이 탈레반에 붙잡힌 뒤 두 손이 묶인 채 참수당했다며 탈레반이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NRF의 이번 주장은 탈레반이 최근 판지시르 전투에서 NRF 대원 40여명을 사살하고 100여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한 이후 나왔다.
이에 탈레반 측은 관련 영상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빌랄 카리미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14일 AFP통신에 "이들 영상이 언제 어디에서 찍혔는지, 또 영상 속 인물들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아프간 인권 상황 관련 유엔 특별 조사위원인 리처드 베넷은 트위터를 통해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처형 의혹과 관련해 철저한 조사와 함께 범인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후 NRF의 존재감이 많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NRF는 탈레반에 여전히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아프간의 '국부'로 불리던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 전 정부 제1부통령 출신 암룰라 살레 등 반탈레반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NRF에 포진하고 있어 무게감이 남다른 조직이기 때문이다.
NRF가 가진 저항 정신의 뿌리는 과거 탈레반 1차 집권기(1996∼2001년)와 1980년대 소련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흐마드 샤 마수드는 입구가 깊고 좁은 협곡으로 된 판지시르의 지형을 이용해 소련과 탈레반에 맞섰다.
아프간전의 발단이 된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엔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판지시르로 들어와 반탈레반 세력 연합인 북부동맹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판지시르는 소련은 물론 20년 전 탈레반에도 한 번도 점령되지 않았다. 북부동맹 등을 규합해 그런 저항을 이끈 아흐마드 샤 마수드에게는 '판지시르의 사자'라는 별명도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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