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전시 지도자' 독해진 EU집행위원장에 시선집중
지지기반 없이 3년전 당선…전장 밖 전쟁 이끌며 '우뚝'
"푸틴 실패할 것"…추진력 부각되지만 '양날의 검'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27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을 대표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3) EU 집행위원장의 '독해진' 리더십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의사 출신으로 독일 첫 여성 국방부 장관을 지낸 폰데어라이엔은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된 2019년까지도 국제 외교무대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다.
선출 당시 보수적인 EU 집행위의 '유리천장'을 깨고 최초의 여성 수장이 됐다는 점에 언론의 반짝 관심을 받은 정도다.
그러나 5년 임기 중 3년 차에 접어든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장 부유하고 평화롭다는 평가를 받던 EU의 사정이 180도 달라지면서 이와 관련한 EU 집행위로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자연스레 집행위 수장인 폰데어라이엔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그는 대(對)러시아 제재를 주도하는 등 강력한 추진력으로 '예상 밖 전시 지도자'로 등극했다고 NYT는 조명했다.
특히 EU 집행위원장으로서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함으로써 러시아 침공에 대응하는 데 있어 중심에 섰다고 분석했다.
EU 입장에서는 위기인 현 상황을 계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관련 현안에 대한 직설적이고 확신에 찬 발언에서도 변화는 두드러진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EU 의회에서 한 EU 내 정세와 관련한 연례연설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실패하고, 유럽이 용기와 연대를 기반으로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전쟁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일 뿐 아니라 우리의 에너지 공급과 경제, 가치, 미래를 상대로 한 전쟁"이라고 힘줘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시키는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그는 "(대러) 제재는 계속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지금은 우리가 유화책이 아닌 결의를 보여줄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방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에너지 보복으로 유럽 전체가 에너지 대란 위기에 직면한 데다 경제 상황 등 난제가 쌓여있지만, 타협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독해진 만큼, 달라진 그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는 분석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아무리 추진력 있게 결단을 내린 정책안이더라도 EU의 27개 회원국의 지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유럽의회 의원인 소피 인트 펠트는 전임자들과 비교하면 폰데어라이엔의 리더십이 "양날의 검"이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폰데어라이엔은 더 적극적이고 지배적이고 눈에 띄는 방식으로 집행위원장 역할을 하고 있다"며 EU의 '얼굴'을 보다 명확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독단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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