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지켜본 중앙아 대통령, 공항나가 시진핑 '파격영접'

입력 2022-09-15 11:18
수정 2022-09-15 17:12
우크라 침공 지켜본 중앙아 대통령, 공항나가 시진핑 '파격영접'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32개월 만에 외국 방문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문지인 중앙아시아 국가들로부터 특별한 대접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15일 중국 관영 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이 14일 밤(현지시간) 전용기편으로 순방 두번째 방문국인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에 도착했을 때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압둘라 아리포프 총리, 블라디미르 노로프 외무장관 등이 영접을 나왔다.

국빈 방문이긴 하지만 정상이 직접 공항 영접을 나오는 것은 이례적인 풍경이다. 외국 정상의 방문 때 공항 영접은 외교장관 또는 차관이 하는 것이 보통이다.

시 주석 일행이 영접 나온 우즈베키스탄 인사들과 함께 공항에 깔린 100m 길이의 카펫을 밟고 지나가는 동안 현지 민속춤과 연주 공연이 펼쳐졌다.

공항 전광판에는 시 주석의 대형 사진과 함께 환영 메시지가 등장했다.

시 주석은 도착과 함께 발표한 서면 담화를 통해 "중국-우즈베키스탄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발전은 급행 차선에 진입해 양국 국민에게 행복을 줄 뿐 아니라 지역의 평화·안정과 번영·발전을 힘있게 촉진했다"고 말했다.

앞서 같은 14일 시 주석이 순방 첫 기착지인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했을 때도 비슷했다.

공항에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 무흐타르 틀레우베르디 부총리 겸 외교장관 등이 영접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최고 등급의 '금독수리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런 '특별 예우'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와 에너지 분야 교역 등으로 점점 긴밀해지는 중국과 두 국가와의 경제 협력 관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산유국이면서 원자력발전의 원료인 우라늄 매장량이 전세계의 40%에 달해 중국으로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협력 대상국이다.

중국과 카자흐스탄은 1992년 수교 후 광물을 비롯해 금속, 화학제품, 기계·장비 등 분야에서 폭넓은 교역을 이어온 결과, 1992년 3억7천만달러(약 5천100억원)였던 양국 교역 규모는 2021년 253억달러(약 35조원)로 거의 70배가량 늘었다.

시 주석으로선 2013년 10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 방안을 담은 '신(新)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을 카자흐스탄에서 처음 발표한 인연도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지난 5년간 중국 기업들의 투자액이 총 90억달러(약 13조원) 이상에 달했고, 현재 중국과의 철도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을 잇는 523km 길이의 철도(CKU 철도)가 완공되면 중국과 유럽을 잇는 최단 거리의 남부 노선이 생기게 된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안보 측면에서 중국을 끌어들이려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의지가 강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옛소련의 일원이었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독립 후 중국과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싶어도 러시아의 '눈치'를 봐야 했고,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아시아를 주무대로 삼는 중국의 실크로드 경제권 및 일대일로와 러시아의 '유라시아 경제권' 구상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존재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대중국 경제 의존이 급격히 심화하면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상호 관계를 강화하면서 러시아의 눈치를 이전보다 덜 봐도 되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켜본 중앙아시아 국가들로선 자국도 러시아 팽창주의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안보 측면에서 중국을 끌어들이려는 심리가 커졌을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 주석이 카자흐스탄과의 정상회담에서 "국제 정세 변화에 상관없이 우리는 계속해서 카자흐스탄이 독립과 주권, 영토보전을 수호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