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함께"·中 "산단 투자"…양강 구애에 멕시코 웃는다
美 "공급망 북미에 유지"…반도체 니어쇼어링 시범사업 협력키로
中, 몬테레이 인근 호푸산에 산단…대미수출 무관세 겨냥해 투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멕시코에 앞다퉈 투자를 위한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멕시코는 양강의 경쟁적 투자 움직임에 '매력적인 경제협력 상대'로서 멕시코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며 표정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멕시코 경제 전문지 엘에코노미스타 등을 종합하면 미국은 멕시코에 반도체 투자 의지를 밝히고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투자하도록 하기 위해 멕시코가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 방안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타티아나 클루티에르 멕시코 경제장관은 지난 12일 멕시코를 찾았던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자신에게 멕시코로 반도체 업체들을 투자하도록 하기 위한 일련의 제안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러몬도 상무장관 등 미국 고위 관리들은 지난 12일 멕시코를 방문해 개최한 양국 고위급 경제대화에서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등에 대한 멕시코의 동참을 끌어내는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경제대화 직후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반도체 제조업체의 니어쇼어링(생산시설 등의 인근지역 배치) 타당성을 살피기 위한 시범 프로젝트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주개발은행 자료를 보면 이미 미국 접경 멕시코 지역에는 인텔이나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등 미국 반도체 업계가 포진해 있다. 이 규모를 늘리자는 게 양국의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클루티에르 멕시코 경제장관은 "공급망을 (북미에) 유지하면서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는다면 (제품은) 이곳에서 완성된다는 뜻"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멕시코 당국은 또 리튬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차 관련 업체가 미국 접경 소노라주와 치와와주 인근에 투자를 결정하는 단계에 있다고도 했다. 다만, 구체적인 업체 이름은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의 경우엔 전자제품·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멕시코에 대거 진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가까운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 인근에 중국 홀리 그룹·푸통 그룹과 멕시코 산토스 패밀리 합작 '호푸산'(HOFUSAN) 산업단지가 그 거점으로 자리하고 있다. 호푸산은 투자자 3곳의 영문 앞 글자를 조합해 만들었다.
정확한 면적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여의도(2.9㎢) 3배 가까운 8.5㎢ 규모로 알려졌다.
이곳에는 10여 개 공장이 들어섰는데, 모두 대미 수출 업체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제품에 부과되는 고율 관세를 피하려는 효과를 노리려는 게 주목적이다.
여기에 더해 누에보레온주의 또 다른 지역인 마린에는 중국의 굴절식 전기 리프트 생산 공장이 새로 지어질 예정이다.
전날 기공식에서 해당 중국 업체는 "1천900억원(1억4천만 달러) 상당을 투자해 1천4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무엘 가르시아 세풀베다 누에보레온 주지사는 업체 관계자와 함께 첫 삽을 뜬 뒤 "최근 수년간 우리 주가 투자유치 관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며 "전년도에 세운 기록을 계속 깨는 중"이라고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엘에코노미스타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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