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왕 서거에 의회 휴정·공휴일 지정…일각선 비판론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소매업자들 1조4천억원 손해"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엘리자베스 2세를 국왕으로 삼고 있는 호주의 연방 의회가 2주 이상 장기 휴정기를 갖고 연방 정부는 오는 2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자 일각에서 비판론이 제기되는 등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아와 공영방송 SBS 등에 따르면 호주 의회는 여왕의 서거를 추모하기 위해 지난 9일부터 의회 일정을 중단한 상태다.
또 호주 정부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영국에서 열리는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고 돌아온 다음 날인 22일 호주에서 여왕 추도식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정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임시 공휴일을 지정하면서 의료나 미용, 식당 등 예약제로 운영되는 업체들이 손해를 보게 생겼다. 예약을 지키기 위해 22일에 영업을 하면 직원들에게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하고, 문을 닫자니 손님이나 환자들과 약속을 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 중간인 목요일을 공휴일로 정하면서 일주일 중 활동이 가장 활발한 요일을 쉬게 만들어 피해를 키웠다는 불만도 있다.
폴 자라 호주소매업협회(ARA) 회장은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소매업자들이 입는 피해가 15억 호주달러(약 1조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추가 인건비나 거래 손실이 생기면서 중소기업들의 현금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앨버니지 총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가의 추도식은 총독과 총리가 런던에서 돌아온 다음 날이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 규정"이라며 "여왕의 삶과 봉사를 기념하려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의회가 장기 휴회에 들어간 것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지난 총선에서 핵심 공약이었던 연방부패조사위원회 설치 법안 등 중요 쟁점 법안들이 산적해 있고 시민들은 물가 상승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의회만 너무 긴 휴정을 갖는다는 것이다.
현지 매체 페데스트리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노동자들은 부모가 사망해도 이틀만 유급휴가를 받는데 의원들은 영국 여왕이 사망했다고 보름이나 유급 휴가를 받는다', '15일 휴정은 어처구니없다' 등의 반응을 전하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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