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키우 패배로 줄어든 푸틴 선택지…'동원령이냐 협상이냐'

입력 2022-09-14 12:03
수정 2022-09-14 12:14
하르키우 패배로 줄어든 푸틴 선택지…'동원령이냐 협상이냐'

러 여론 악화에 대책 필요…"소련 붕괴 이후 최대 위기" 분석도

"동원령 내려도 징집 어려워"…"재정비 노린 협상은 우크라가 반대할 듯"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점령했던 하르키우주에서 패퇴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앞에 놓인 선택지가 확전을 위한 '동원령'과 재충전을 노린 '협상'밖에 남지 않았다고 CNN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약 20년간 집권하는 동안 전략가로 명성을 떨친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악화한 전세와 국내 여론을 단번에 뒤집을 대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손에 쥔 카드가 사실상 두 가지라는 것이다.

앞서 러시아는 10일 "돈바스 해방이라는 특별 군사작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라클리아와 이지움에 배치된 부대를 재편성한다"고 발표했다.

공식적으로는 '재편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하르키우 병력을 철수하면서 이 지역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같은 결정에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을 비롯한 전쟁 지지자들이 러시아군을 대놓고 비난하고, 일부 지방의회 의원은 국가를 곤경에 빠뜨렸다는 이유로 푸틴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등 비판적인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정치 분석가인 안톤 바르바신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며 전쟁 초기 러시아군이 키이우 함락에 실패했을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거론되는 동원령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3일 핵무기 사용을 불사해야 한다는 극우 과격파의 비판이 거세진 상황에서도 동원령이 "의제에 올라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그동안 군사력 강화에 미온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달에는 약 101만 명인 러시아군 병력을 내년부터 115만 명으로 늘리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실제로 병력이 늘어나면 민간인 군무원을 포함한 러시아 연방군 규모는 200만 명을 넘어서게 된다.

그럼에도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동원령을 선포하기 힘들 것으로 분석한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 일부 지역은 우크라이나군과 싸울 병사를 모집하라는 압박에 벌써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동원령을 내리면 러시아 정부가 '특수 군사작전'으로 명명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쟁이었음을 사실상 시인하게 된다는 점도 곤혹스러운 요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1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운을 띄운 협상 카드도 실현되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국제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 유라시아센터의 멀린다 헤어링 사무차장은 CNN에 "현재 푸틴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은 협상을 재촉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하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막고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잃은 영토를 수복하지 않으면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 양국이 당장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CNN은 "푸틴이 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분명치 않다"며 "그가 어떤 결정을 하든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의 유산을 정의하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에너지를 무기로 한 유럽 압박,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길 폐쇄, 미사일 공격 확대 등도 푸틴 대통령이 국면을 전환할 방법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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