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EU 회원국 가스투자 기류에 우려…"기후위기 퇴로 없어"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조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일부 회원국이 화석연료 분야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유엔이 우려를 표시했다.
13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나다 알나시프 OHCHR 부대표는 전날 유엔 인권이사회에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알나시프 부대표는 "일부 EU 회원국이 화석연료 제품이나 기반 시설에 투자하는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한 충동이 있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U는 지난해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몇몇 회원국들 사이에선 일종의 자구책으로 화석연료 분야에 재투자하려는 기류가 감지됐다.
미국 싱크탱크인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이후 유럽에서 새로 제안되거나 재개된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신축·증축 사업이 최소 25개에 달했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네덜란드 북해 스히르모니코흐섬에서 약 19㎞ 떨어진 곳에 있는 해상 가스전의 개발 사업을 승인했다.
2020년에 화석연료 생산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공표한 덴마크는 북해 가스전에서 가스 생산을 늘리고 있다.
지난 6월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성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는 화석연료에 대한 공공 부문의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유예하거나 폐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일부 EU 회원국이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나시프 부대표는 이런 기류에 대해 "EU와 그 회원국들이 더 많은 화석연료 기반 시설을 두려고 할 경우 그 장기적 결과를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계속되는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는 후퇴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알나시프 부대표는 오는 11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7)가 이집트에서 열리는 점을 거론하면서 "COP 27에서는 각 당사국이 기후변화 관련 재정을 늘리고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피해를 해결하는 방안 등 의욕적인 목표를 추구할 것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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