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반격에 갈라진 러 여론…'평화협상''공세강화' 갑론을박

입력 2022-09-13 17:24
수정 2022-09-13 20:19
우크라 반격에 갈라진 러 여론…'평화협상''공세강화' 갑론을박

TV서 전쟁 대책 놓고 이견 분출…'핵전쟁' 불사하는 극우 세력도 과격화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우크라이나가 최근 대대적인 반격을 통해 러시아가 점령했던 북동부 하르키우주 등지를 수복하는 성과를 내자 러시아 국영 TV에서 전쟁 해법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평화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공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전쟁 수행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일부 극우 과격론자들은 핵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전쟁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우크라이나 점령은 시간문제라고 확신했던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군의 빠른 진격에 당혹감을 드러내며 잔뜩 경각심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전쟁 초기 키이우 함락에 실패했을 당시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대응했던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인 보리스 나데즈딘은 9일 국영 TV 채널 NTV에 출연해 평화 협상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경제·기술 측면에서 매우 강력한 국가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는 군대와 싸우고 있다"면서 "현재 전황이 계속되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평화 협상에 착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러시아 하원(국가 두마) 의원인 알렉산드르 카자코프는 이 같은 발언에 격렬히 반대하면서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실존적 싸움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매우 심각한 심리적 타격을 가했다"며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반시설을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명분으로 내세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본래 한 나라'라는 견해에 의문을 제기한 인물도 있었다.

또 다른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1' 프로그램에서도 8일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알렉세이 페넨코 모스크바 국립대 강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강력하고 위험한 상대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치학자인 비탈리 트레티야코프는 "러시아가 승리할 것이라는 엄청난 자신감이 있지만, 이 자신감은 진군을 통해 뒷받침돼야 한다"며 러시아군이 전세를 뒤집어 승전보를 잇달아 남기지 않으면 여론이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백가쟁명식 토론이 이어지고 있지만, 민주주의와 반전에 반대하는 러시아 과격파는 정부에 확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이 세력은 균질적인 집단이 아니라 극우 이론가, 공격적인 극단주의자, 2014년 우크라이나 돈바스 전쟁 참전 군인, 러시아 용병단 와그너 그룹 용병, 블로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전쟁을 알리는 사람 등 구성이 다양하다.

이들은 경력과 출신은 서로 다르지만, 더 강한 러시아를 원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고 심지어 범죄, 자비, 후회, 가식 같은 개념은 무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친다.

아울러 러시아의 패배가 서방의 무기와 자금을 지원받은 우크라이나군보다는 국내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 탓이라는 이른바 '배신자' 이론을 펴면서 분위기를 험악하게 몰아가는 경향도 보인다.

폴리티코는 이 같은 러시아의 상황이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 패전 원인을 유대인을 포함한 내부에서 찾았을 때와 유사하다고 짚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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