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빚부담에…일하는 청년·고령층 늘었다"(종합)

입력 2022-09-13 19:35
"생활비·빚부담에…일하는 청년·고령층 늘었다"(종합)

한은 보고서…"결혼·출산 후에도 여성 일할 수 있어야"

"고령층 인적자본 잘 활용할 노동시장 환경 조성"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생활비, 빚부담 등 재정적 이유로 경제활동에 뛰어든 청년층과 고령층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의 송상윤 과장·배기원 조사역은 13일 '노동공급 확대 요인 분석 : 청년층과 고령층을 중심으로'(BOK 이슈노트)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참가율(경활률)은 2009년 4분기 60.9%로 저점을 찍은 후 올해 2분기 64.0%까지 상승했다. 다만 상승 폭은 2010∼2015년 1.66%포인트(p)에서 2015∼2022년 0.87%포인트로 축소됐다.

경활률은 15세 이상 인구 중 경제활동인구(취업자+구직활동을 한 실업자)의 비율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높아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22년 고령화가 심화하는 데 따른 인구구조 변화가 경활률 상승 폭을 둔화시키기는 했지만, 청년층(15∼29세)과 고령층(30∼59세)의 경활률 상승이 전체 경활률을 끌어올렸다.



청년층 노동 공급이 확대된 이유로는 고학력자 비중 상승이 꼽힌다. 고학력자는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작은데다 평균 임금도 높아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보고서는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을 고학력자로 봤는데, 고학력자 비중은 2015년 19.3%에서 2022년 상반기 22.1%까지 높아졌다.

25∼29세 미혼 여성의 비율이 2015년 71.7%에서 2022년 상반기 85.1%로 13.4%포인트 상승한 것도 청년층 노동 공급 확대의 한 요인이다.

상대적으로 기혼여성보다 미혼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더 활발한 편인데, 25∼29세 기혼여성과 미혼여성의 경활률(2015∼2022년 상반기 평균)은 각각 53.8%, 81.3%였다.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는 '청년 가구주'가 늘어난 것도 청년층 노동 공급 확대로 이어졌다.

특히 최근 주거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생활비 부담이 커졌고, 금융부채도 증가하고 있어 청년층 가구주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송 과장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월세도 같이 올라가서 생활비 중 주거비용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고령층의 노동 공급 확대 요인으로는 생활비 부족, 자산 불평등 확대, 공공일자리 증가 등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 중 나이와 직업 유무에 상관없이 계속 근로하기를 희망하는 인구 비중이 2015년 53.0%에서 2021년 62.6%로 상승했다.

이는 주로 자금 필요·생활비 보탬 등 재정적 사유 때문으로 조사됐으며, 건강 유지, 일하는 즐거움 등의 사유로 경제활동 참여를 원하는 고령층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고령층 가구 간 자산 불평등 확대는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계층의 노동 공급을 확대한다.

순자산 분위별로 가구주의 취업 비율을 보면 2017년 대비 2021년에 순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한 3분위의 가구주 취업 비율은 소폭 하락(-0.3%포인트)했으나, 1분위의 가구주 취업 비율은 6.7%포인트 올랐다.

아울러 공공부문 노인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민간부문 취업이 어려운 취약계층의 노동 공급을 늘렸다.

보고서는 고령화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청년층의 노동 공급이 중장기적으로도 확대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가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과장은 "남성과 달리 여성은 결혼·출산에 따라 경제활동 여부가 크게 달라진다"며 "출산에 대한 경제적 지원 확대, 어린이집 설치 의무화 기준 변경 등을 통해 청년층 여성이 결혼·출산 후에도 직업을 유지할 수 있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령층의 노동 공급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들의 노동 공급 확대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가 주도의 시니어 인재센터 설립 등 인적 자본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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