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서거] '다주택' 찰스왕…종부세 아닌 어디서 살지가 고민

입력 2022-09-13 07:30
수정 2022-09-13 11:29
[英여왕 서거] '다주택' 찰스왕…종부세 아닌 어디서 살지가 고민

공식 관저 버킹엄궁 꺼려…"왕실 거주시설 개방 확대할 듯"



(파리=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왕세자 시절에도 궁전, 주택, 별장 등 수많은 주거시설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왕위에 오르면서 선왕 엘리자베스 2세의 재산까지 물려받아 이제는 전국 도처에 널린 집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찰스 왕에게는 이 많은 집 가운데서 어디에서 살아야 할지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라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찰스 3세는 즉위하기 전까지 커밀라 왕비와 런던 중심지 몰 거리에 있는 저택 클래런스 하우스에서 살았으나 일반적인 왕가의 관습대로라면 국왕이 된 이상 여기에서 나와 공식 관저인 버킹엄궁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찰스 왕이 버킹엄궁에서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버킹엄궁에 대한 찰스 3세의 반감이 어찌나 컸던지 언론에서는 그가 이곳을 국왕의 집무실로만 사용하고 거처로 삼지는 않을 것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까지 많이 나왔다.

찰스 왕을 잘 아는 소식통은 그가 세인트 제임스궁 바로 옆 클래런스 하우스를 런던의 거주지로 이용하고 버킹엄궁은 연회, 리셉션을 비롯한 행사장 겸 왕실의 본부로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버킹엄궁을 대중에 더 많이 개방하는 방안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도 즉위 후 남편 필립공과 함께 살던 클래런스 하우스에서 나와 버킹엄궁으로 들어가길 꺼렸다. 당시 필립공 역시 클래런스 하우스에서 계속 지내고 버킹엄궁은 업무용으로 쓰자고 제안했었다.

그러나 버킹엄궁의 궁정 관리들은 버킹엄궁이 왕실의 전통적인 주거지이므로 여왕 부부도 그곳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찰스 왕이 가장 사랑하는 휴가철 거주지는 잉글랜드 서남부 글로스터셔의 하이그로브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신혼 시절의 찰스 왕세자(당시)와 다이애나 빈이 두 자녀와 함께 주말을 보내던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콘월 공작령인 이곳은 공작의 작위를 물려받은 윌리엄 왕세자의 소유가 된 데다 커밀라 왕비는 다이애나 빈의 자취가 배어 있는 이곳에 대한 애착이 덜한 편이어서 찰스 국왕이 앞으로도 즐겨 찾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찰스 왕이 휴가철에 이용할 수 있는 주거시설로는 이밖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마지막까지 기거했던 스코틀랜드 동북부 밸모럴성과 잉글랜드 동부 샌드링엄의 샌드링엄 하우스, 웨일스 리니워모드 별장 등이 있다.

그러나 소식통은 찰스 왕이 왕실의 비용 절감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더 많은 왕실의 주거 시설을 대중에 개방하고 그 수입으로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 해결책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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