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한달 앞두고 양분된 브라질…경쟁후보 지지자 살해도
극우 대통령 지지자가 상대편 후보 지지자 흉기로 찔러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대선을 한달 앞두고 정쟁이 격화하고 있는 브라질에서 경쟁 후보 지지자간 살해 사건까지 발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 마투그로수두술주(州)에서 극우 성향 후보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20대 남성이 좌파 진영 후보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 지지자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사건은 양 후보 지지자 간 언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는 경찰에 연행된 이후 범행을 자백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거 과정에서 혐오의 분위기가 역력하다면서 "완전히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사법당국이 이러한 사건이 "(누군가의) 지시에 의한 것이거나 유도된 것인지, 정치적 전략인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실측은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브라질에서는 앞서 지난 7월에도 룰라 전 대통령이 속한 좌파 야당 노동자당의 당직자가 보우소나루 지지자에게 피살된 사건이 발생하는 등 대선 정국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대선 1차 투표 시 예상 득표율이 45%로, 보우소나루 대통령(34%)보다 지지율이 약 11%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전주 여론조사에서 32% 지지를 얻었던 데서 격차를 약간 줄인 것이다.
2차 투표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이 53% 지지율로 당선되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39%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최근 부정선거 및 전자 투표 시스템 문제점 등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대선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브라질의 정국 혼란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 미주 담당 국장인 후아니타 고에베르투스 에스트라다는 성명을 내고 "브라질인들은 더 평화로운 선거를 누릴 자격이 있으며 폭력이나 자신들의 견해에 대한 보복 두려움 없이 정치적 토론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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