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美 남부서 몰려오는 이민자 행렬에 '비상사태' 선포
텍사스·애리조나서 9천400명 도착…이민자 지원에 130여억원 투입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수도 워싱턴DC가 텍사스와 애리조나주에서 보내는 수천명의 중남미 이민자 유입에 공중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뮤리얼 바우저 DC시장은 비상사태 선포로 예산 1천만달러(약 138억원)를 확보해 시에 도착하는 이민자에게 임시숙소, 음식, 의료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이 업무를 담당할 부서를 신설할 계획이다.
텍사스와 애리조나의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지난 4월부터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는 중남미 출신의 불법 이민자와 난민 등을 버스에 태워 민주당 인사가 단체장을 맡고 있는 워싱턴DC와 뉴욕, 시카고 등으로 보내고 있다.
국경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자체 단체장들에게 말로만 '이민자 보호'를 외치지 말고 이민자 문제를 직접 체험해보라는 셈이다.
워싱턴DC에는 지금까지 약 9천400명의 이민자가 도착했다.
주로 지역 구호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이 시의 중앙역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이민자들을 맞아 인근 메릴랜드주 몽고메리군에 있는 임시숙소로 옮겨 정착을 지원해왔다.
일부 이민자는 호텔과 교회에 거처하고 있지만, 일부는 길거리와 호텔 주차장에서 노숙하는 처지다.
현재 시내 호텔 2곳에 348명이 머물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시에 남기로 선택하면서 약 70명의 이주민 자녀가 시내 공립학교에 등록도 했다.
바우저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국경 도시가 아니다"라며 "지금 우리에게 닥친 일은 새로운 상황이다. 이제 이곳까지 찾아온 국경 문제에 대응하는데 필요한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시 예산은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민자가 다음 정착지로 이동하는 것을 돕는데 사용할 방침이다
또 기존 노숙인 시설과 별도로 이주민을 위한 임시숙소를 마련할 계획이지만 마땅한 시유지를 찾는 게 쉽지 않다고 WP는 전했다.
바우저 시장의 비상사태 선포는 시가 더 적극적으로 이민자를 도와야 한다는 지역 구호단체 등의 비판이 몇 달간 제기된 뒤에 이뤄졌다.
바우저 시장은 연방정부가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는 데에 실망을 표현하기도 했다.
시는 연방정부에 주방위군을 투입하고 시내에 있는 무기고 등 대형 시설을 임시숙소 용도로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국방부는 주방위군은 이민자를 돕는데 필요한 훈련을 받지 못했고 무기고는 숙소 용도로 적합하지 않다며 거부했다.
바우저 시장은 시가 사용한 예산을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최대한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들이 많은 일을 하지만 망가진 이민제도를 책임지지는 못한다"며 "전혀 경험하지 못한 일이 우리에게 강요되고 있으며 우리가 최선을 다해 대응할 수 있는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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