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英한류전시회 큐레이터 "기생충 수상前부터 준비했다면 다 놀라"

입력 2022-09-22 09:31
[인터뷰] 英한류전시회 큐레이터 "기생충 수상前부터 준비했다면 다 놀라"

한국계 로잘리 킴 한류 전시 큐레이터 "한류 단순 소개 아닌 형성과정 추적"

"내부에서 가볍게 제안했는데 바로 보자고 연락와, 막힘없이 진행"

"여왕 장례식 때까지 홍보 못했는데도 관심 많아" 흥행 기대감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빅토리아앤앨버트(V&A) 박물관의 한류 전시회를 기획한 로잘리 킴 리드 큐레이터는 "기자들이 언제, 어떻게 한류 전시를 기획하게 됐는지 많이들 궁금해한다"며 "'기생충'이 상을 받기 전에 준비를 시작했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V&A의 로잘리 킴 리드 큐레이터는 21일(현지시간) V&A 한류 전시회 언론 사전 공개 행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이와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이 있던 19일까지 홍보를 못했는데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흥행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박물관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영국에서 한류 관심이 급격히 커진 작년쯤에 준비를 시작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한참 전부터 진행이 됐다고 하면 흥미롭게 여긴다고 말했다.

한국계인 로잘리 킴은 "이 전시의 목표는 활기차고 다채로운 한국의 대중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단순히 한류를 종합적으로 모아두거나 한류의 성과를 강조하는 것은 아니고 한류가 생성된 과정을 따라가본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전시는 신생 민주주의 국가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를 넘어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면서 한류를 만들어간 과정을 추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9년 6월에 처음 내부에서 전시 담당 이사에게 가볍게 제안했는데 바로 보자고 연락이 왔고 그 이후로 계속 막힘 없이 진행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전시 기획안을 제시한 뒤로 한류 관련 획기적인 일들이 대거 벌어지면서 힘을 받았고 최근 문화 담론과도 관련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기생충, BTS, 블랙핑크, 미나리, 오징어게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한류 단어 26개 추가 등이 한류와 관련해 기념비적인 일로 꼽혔다.



로잘리 킴 큐레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키워드는 민주주의 국가, 디지털 시대, 기술에 능통한 젊은 소비자, 소프트파워 등이었다.

그는 "한국 대중문화는 1990년대 말 아시아의 주변부 문화 움직임으로 출발해서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 주류 현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며 그 과정에 새로운 기술에 능통한 젊은 소비자들의 역할이 컸다고 분석했다.

그는 "문화를 생산, 소비하는 방식이 기술을 통해서 달라지고, 국가·민간영역·현장 종사자들간에 시너지가 발생하고, 한류 각 분야가 서로 교류하며 상승작용을 일으켰으며, 이 모든 것이 한국 소프트 파워 확장에 기여한 점에 관해 얘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로잘리 킴 큐레이터는 전시에서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인기를 끈 싸이가 전면에 나오는 이유는 그가 첫번째 K팝 스타여서가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를 세계 무대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시는 한류의 배경이 되는 20세기 한국 현대사에 관한 소개로 시작하고 1990년대 말 아시아 한류를 보여주는 겨울연가, 시리를 포함해서 드라마와 영화를 배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팝을 통한 한국 소프트 파워 강화와 한류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과정에서 젊은 소비자들의 역할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이돌 홍보대사, K팝 팬덤 활동을 소개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그는 "공연 너머의 한류를 반영하기 위해서 K뷰티와 패션을 다루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와 그의 배경이 되는 한국 문화에 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가령 TV 스크린으로 한국 드라마의 제사 장면을 틀면서 옆에는 이건민 디자이너의 휴대용 제기 '노마드'를 전시해서 전통적 제사와 현대에 변형된 모습을 모두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는 이 전시는 영국 관람객을 겨냥한 것이므로 한국에서 보는 것과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영국에서 인기가 있거나 영국과 연결된 아이템, 영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에 무게가 실렸다고 했다.

로잘리 킴 수석 큐레이터는 2012년부터 V&A 아시아부 한국소장품 담당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 벨기에 출신으로 벨기에와 영국에서 건축과 철학을 공부했고 한국과 유럽에서 일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그는 "어려서 부모님이 한국어 교육을 열심히 시키셨고 책과 인터넷을 통해 한국 역사와 사회에 관해 공부해왔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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