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그래서 도대체 전쟁은 언제 끝나나요"

입력 2022-09-09 07:30
[특파원 시선] "그래서 도대체 전쟁은 언제 끝나나요"

양국 모두 지쳤지만…우크라는 남부 탈환전, 러는 겨울 가스위기 노려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그래서 도대체 전쟁은 언제 끝나나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중재하고 있는 튀르키예(터키)에서 전쟁 소식을 취재하다 보니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거의 항상 듣는 말이다.

처음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만 해도 "잘 모르겠다"며 씁쓸하게 웃어넘겼지만, 요즘은 "미안하지만 좀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답한다.

'오래'라는 말은 '적어도 올해는 아닐 것 같다'는 뜻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예측불허의 전장에 대해 섣부른 판단은 금물인 만큼 이는 어디까지나 사견일 뿐이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정보전과 심리전의 와중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를 구하는 것이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일과 같기도 하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전쟁이 끝나기 어려워 보인다고 하는 것은 최근 전황이 이전과 비교해 어느 정도 고착화하는 흐름이 보이기 때문이다.

2월 말 시작된 전쟁은 4월 초까지 우크라이나의 키이우 수성으로 요약되는 1단계, 7월 초까지 러시아의 남동부 점령지 연결로 요약되는 2단계를 거쳤다.

그리고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전선에는 거의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8월까지 도네츠크주를 포함해 돈바스 지역을 완전히 점령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도네츠크주의 핵심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라뱐스크는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지키고 있다.

9월 11일 자국 정기 지방투표 일정에 맞춰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자국령에 정식 편입하고자 주민투표를 시행하려던 러시아의 계획 역시 사실상 물 건너갔다.

우크라이나는 7월 초부터 헤르손·자포리자주 등 남부 탈환전에 나섰지만, 역시 두 달이 되도록 두드러진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작전을 앞두고 현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대대적 공세를 예고한 것과 달리 최근에는 "군사작전에는 은밀성이 중요하다"며 정보 공개에 신중한 분위기다.



전쟁이 6개월을 넘기면서 양국 모두 병력과 탄약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당장 반전의 계기를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러시아는 최근 시리아 주둔 자국군 기지에 배치한 미사일을 배에 실어 전쟁에 동원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심지어 북한으로부터 포탄과 로켓 수백만 발을 사들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부족한 병력을 교도소 재소자나 노년층으로 채우려 한다는 것도 잘 알려진 내용이다.

서방의 지원 없이는 전쟁이 불가능한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미국과 유럽 국가들 역시 전쟁이 초래한 유례 없는 물가고와 에너지 위기 탓에 여론의 불만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듯 지친 양국이 클린치(껴안기)하는 복서처럼 버티는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기력이 완전히 소진한 것도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남부 탈환전은 지금까지의 더딘 속도에서 조금씩 벗어나 동력을 얻는 모습이다. 섣불리 병력을 투입해 점령에 나서는 대신 차근차근 포격을 통해 러시아군을 고립시켜온 작전이 먹혀들고 있다는 자신감도 보인다.

러시아는 다가오는 겨울을 노리고 있다.

서방의 제재에 맞서 꺼내든 가스 공급 중단 카드가 오히려 서방을 제재하는 형국이 된 가운데, 이 카드의 위력이 겨울에 극대화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적어도 올해는 아닐 것 같다'는 예상은 올겨울이 지나 봐야 서방과 러시아 중 누구의 카드가 더 셌는지 따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서방이 에너지 위기를 견디지 못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해 영토를 양보하고 휴전을 하라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반대로 서방이 이 고비를 넘기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고삐를 더 강하게 죈다면 힘의 균형이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로 넘어갈 것이다.



벌써 이번 전쟁으로 수만 명의 군인이 숨지거나 다쳤고, 적게는 수천 명, 많게는 1만 명이 넘는 민간인이 숨졌다.

냉전 종식 이후 어느 때보다 핵전쟁 위험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 세계도 경제 위기와 식량난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내년까지 전쟁이 이어지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애초에 전쟁이 시작됐을 때 우크라이나가 6개월 넘게 버틸 것으로 내다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예상은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 차라리 예상이 틀렸으면 한다. 우크라이나가 하루빨리 평화를 되찾고 어느 나라도 혹독한 겨울을 겪지 않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평화를 건설하고 화합과 화해의 계획들이 세계 전역에 퍼지기를 기도하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가 모두에게 깊이 전해지길 기원한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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