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미국 반려동물 '슈퍼앱' 될래요"
'세상을 바꾸는 기업가' 꿈꾸는 이대화 닥터테일 대표
앱 기반 온라인 수의사 상담 서비스 개발…CES 혁신상 받아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빠른 답변! 제 궁금증을 확실하게 풀어줬네요."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문제였네…"
세계에서 반려동물이 가장 많은 나라가 미국이다. 닥터테일(Dr.Tail)은 미국에서 반려동물 보호자를 대상으로 앱(애플리케이션) 기반의 온라인 수의(獸醫)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 스타트업이다.
2020년 5월 설립된 닥터테일은 올해 초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미국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닥터테일 앱 서비스 이용자가 월간 기준으로 4만 명을 웃돌고, 누적 이용자 수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상담 후 만족도 평가에선 5점 만점에 4.8점 정도를 받고 있다고 하니 이용자 만족도가 꽤 높다고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구글 앱 스토어에선 호평 위주의 사용자 리뷰를 볼 수 있다.
제 나름의 비법이 숨어 있는 닥터테일 서비스의 골격은 단순하다.
이상 증상을 나타내는 반려동물의 보호자가 온라인으로 문의해 오면 수의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판단해 대응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다.
조언 내용은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 바로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지와 시간을 두고 다니던 병원에서 예약 진료를 받아도 되는지, 병원에 안 가도 되는 경우에는 집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지와 어떤 증상을 유심히 봐야 하는지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닥터테일은 '토종' 한국인이 세운 회사지만 진료가 필요한지 고민하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미국 시장에서만 제공하는 것이 색다른 점이다.
서비스 메커니즘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본사가 한국에 있고, 서비스를 홍보하고 운영하는 법인은 미국 시애틀에서 자회사 형태로 운영된다.
전체 팀원은 미국에 거주하는 3명을 포함해 14명이다.
반려동물은 꼬리(tail)가 있어 꼬리만 달렸다면 모두 돌보겠다는 의미로 회사 이름을 지었다는 이대화(29) 닥터테일 대표를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나 창업 경위와 포부를 들어봤다.
◇ 미국 반려동물 보호자가 겪는 현실…응급실 비용이 무려?
이 대표는 야무진 표정으로 "존재하는 문제를 푸는 연구자"이자 "세상을 바꾸는 기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런 그가 첫 창업 아이템으로 도전의 문을 두드린 영역이 미국의 반려동물 시장이다.
이 대표는 성균관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딴 뒤 기술경영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대학원생 시절에 과제 수행을 위해 방문했던 미국에서 수많은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늘 겪어야 하는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눈이 번쩍 뜨였다고 한다.
이 대표에 따르면 반려동물 규모를 고려할 때 수의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미국에선 대부분의 동물병원 진료가 예약제로 운영되고, 갑작스럽게 반려동물이 아플 때는 응급 상황이 아님에도 비싼 응급실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통상 응급실을 이용하는 데 적게는 800달러에서 많게는 1천500달러를 내야 하는 등 기본적으로 1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미국 전체 반려동물 보호자 중에 그런 비용을 감당할 경제적 능력을 갖춘 사람은 40% 미만이다.
그러나 응급실을 찾는 사례 중 대다수는 다니던 병원에서 천천히 예약 진료를 받거나 아예 진료 자체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로 조사되고 있다.
증상과 관련해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보호자들이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셈이다.
또 반려동물 천국인 미국에선 보호자 중 80% 이상이 진료 후 의료기록을 받아 보관한다. 이 기록은 다른 병원에 가거나 '그루밍 숍' 등에서 건강 상태를 설명할 때 활용한다.
그런데 기록이 휴대하기 불편한 종이나 관리가 어려운 이메일 형태여서 정작 필요할 때 쓸 수가 없다.
닥터테일은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다니던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자동으로 의료기록이 앱에 보관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대표는 앱 보관 의료기록을 바탕으로 큰 비용이 드는 진료가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판단해 조언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험 서비스를 했는데 반응이 좋아 정식으로 론칭하게 됐다고 말했다.
◇ 반려동물 온라인 원격의료 서비스
닥터테일이 미국의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제공하는 상담 서비스는 의사가 온라인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원격의료와 같은 유형으로 볼 수 있다.
현재는 시장 확대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상담 서비스를 이르면 내년부터 유료로 전환할 계획이다.
단기 비즈니스 모델로 보호자가 월 19.99달러에 무제한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고, 기업들이 직원 복지 대책으로 월 9.99달러를 부담할 경우 해당 기업 근로자가 1달러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장기 수익 모델로는 닥터테일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OTC Medicine)을 중개판매하거나 반려동물 건강 상태에 적합한 보험 상품 추천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다.
반려동물의 상담·의료 기록을 사용 가능한 형태로 가공해 보험사나 사료 제조업체 등 연구기관에 유료 데이터로 넘기는 것도 장기 수익 모델로 검토 중이다.
현재 다양한 모델을 실험 중이라는 이 대표는 미국 반려동물 의료 상담 분야의 톱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을 조속히 가다듬겠다고 말했다.
◇ 마약 먹은 강아지·총성에 놀란 고양이
미국인들이 삶을 함께하는 반려동물은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개, 고양이 외에도 돼지, 조류 등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고 한다.
상담 내용도 한국에서라면 접할 수 없는 것이 많다.
마약 먹은 강아지나 총소리에 놀란 고양이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상담해 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반려동물 의료기록을 보호자가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14년 치, 33쪽 분량의 의료기록 사본을 제시하며 상담해온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닥터테일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특허권을 인정받은 의료기록 기반의 수의사 상담이라는 신개념 서비스가 평가를 받은 것이다.
◇ 현재 상담 수의사 20명…60여 명 증원키로
미국에서 닥터테일의 대표적인 경쟁사로는 펫코에 인수된 펫코치가 있는데, 이 업체는 보호자가 제공하는 사진이나 영상 같은 단편적인 정보만을 바탕으로 상담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혈뇨 증상이 있다고 할 경우 요로결석, 생리혈, 암 등의 다양한 원인을 놓고 정확한 조언을 해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닥터테일은 방문했던 모든 병원에서 의료기록을 불러올 수 있는 기술로 이전 병력을 참고해 과거의 요로결석이 재발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닥터테일의 파트너로 상담에 참여하는 수의사 등 전문인력은 20명 선이다.
상담 수요가 계속 늘어나 합류를 희망하는 60여 명을 순차적으로 등록시킬 예정이다.
상담 문의 증가에 따른 수의 인력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을 텐데 이 대표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양한 사례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초보 수의사나 임신·출산 등으로 감 떨어질까 걱정하는 경력 단절 수의사, 그리고 경험은 많지만 비교적 수입이 적은 수의 테크니션을 중심으로 상담 인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 미국 반려동물 계 '슈퍼앱' 목표
닥터테일은 2만5천여 명의 보호자가 단골로 이용하는 로스앤젤레스(LA) 소재의 한 동물병원과 최근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
이 동물병원이 진료할 수 없는 시간대에 상담을 원하는 보호자들에게 다양한 대응법을 조언한 뒤 상담 기록을 동물병원 측에 전달해 후속 진료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
민관협력형 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와 투자업체 블루포인트로부터 초기 지원과 투자를 받은 닥터테일은 앞으로 유치할 투자금을 활용해 파트너 동물병원을 미국 곳곳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파트너 동물병원이 늘어나면 상담과 진료 서비스의 명확한 연결로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닥터테일은 미국에서 자사의 '0차 진료'로 시작하는 새로운 수의 진료 체계를 만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대학병원 가기 전에 동네병원부터 방문하는 것처럼 미국의 모든 반려동물 보호자가 동물병원을 찾기 전에 수의사에게 상담하는 것이 당연한 진료체계를 만들고 싶다"며 미국 반려동물 시장의 '슈퍼 앱'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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