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법원, 전직 기자에 22년형…"군사 기밀유출 국가반역죄"
변호인, '무죄' 주장 항소…독립매체 "언론활동 범죄 아냐"
검찰 사실왜곡 논란…"러 기자 모두 직업 유지할지 고민할 것"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 모스크바 시법원이 5일(현지시간) 국가반역 혐의로 기소된 기자 출신 이반 사프로노프(32)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전 고문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타스 통신·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판사는 이날 공판에서 "사프로노프가 형법 275조 '국가 반역죄'가 규정하는 범죄를 저질렀음이 인정된다"면서 이같이 선고했다.
이같은 형량은 최근 몇 년 동안 해당 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형벌 중 가장 무거운 것이라고 타스 통신은 지적했다.
검찰은 앞서 사프로노프에게 24년형을 구형했었다.
사프로노프를 지지하기 위해 방청석에 모였던 약 50명의 지지자들은 판결 뒤 '석방하라', '견뎌대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사프로노프는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우리는 여전히 사프로노프가 무죄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러시아 기자들은 이제 이 직업을 유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공판 뒤 곧바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사프로노프는 지난 2010년부터 정부에 비판적인 '코메르산트', '베도모스티' 등의 현지 일간지에서 10년 이상 군사 전문기자로 일하며 깊이 있는 기사들로 이름을 알렸다.
2020년 5월부터는 로스코스모스 사장의 공보정책 담당 고문으로 일했으나 같은 해 7월 체포됐다.
수사당국은 사프로노프가 2015~2019년 동안 옛 소련권 국가 및 중동·아프리카 국가들과 러시아 간 군사기술협력에 관한 자료를 포함한 기밀·극비 자료들을 수집해 보상을 받고 주기적으로 외국 정보요원들에 전달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특히 2017년에는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군사기술협력과 중동 내 러시아 군사활동에 관한 기밀 정보를 체코 정보요원에게 전달했고 이후 이 정보가 최종적으로 미국에 건네졌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하지만 사프로노프는 자신에 대한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정상적인 언론 활동을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검찰이 혐의를 인정하면 구형량을 절반으로 줄여주겠다고 거래를 제안했지만 거부했다.
러시아 독립언론 매체들은 이날 사프로노프의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번 판결은 불공정하며 정치적 동기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언론 활동은 범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러시아의 탐사전문 독립 매체인 '프로엑트'(Proekt)가 공개한 사건 자료를 보면 사프로노프에 대한 혐의 사실 가운데 많은 부분이 그의 기사에 나오는 공개자료에 기인하고 외국인들과 접촉한 혐의도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비판적 언론인을 체포하거나 구금하는 등 언론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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