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알자지라 기자, 우리측 총격에 사망했을 가능성"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군이 지난 5월 발생한 알자지라 소속 시린 아부 아클레 기자의 피격 사망 원인이 이스라엘 병사의 총격일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당시 현장에서 아부 아클레 일행이 기자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고, 유족들은 반발했다.
이스라엘군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아부 아클레 기자는 무장한 팔레스타인인으로 밝혀진 (테러) 용의자를 겨냥한 이스라엘 병사의 총격에 뜻하지 않게 당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 고위관리는 "우리의 결론은 그녀를 사망에 이르게 한 총격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그녀가 기자인지 분간하지 못한 병사의 잘못된 총격이 원인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의 조사 결과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의한 피격 가능성에 무게를 뒀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아부 아클레 기자의 유족 등은 여전히 이스라엘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사건 발생 당시 아부 아클레 기자가 '언론'(Press)이라는 문구가 적힌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기자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이스라엘군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아부 아클레 기자의 유족들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살인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깊은 상처를 받았고 화가 나 있으며, 실망했다"면서 미국이 나서서 믿을만한 조사를 하라고 촉구했다.
동예루살렘의 출신으로 팔레스타인과 미국 국적을 가진 아부 아클레는 1997년부터 20년 넘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취재해온 베테랑 기자다.
그는 지난 5월 11일 새벽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제닌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의 테러범 색출 작전을 취재하던 중 총격을 받고 숨졌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현장 목격자 등은 그녀가 이스라엘 군인들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쏜 총탄이 아부 아클레 사망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맞서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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