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중국, 러시아와 군사 관계 강화 딜레마"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러시아와 군사 관계 강화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5일 전했다.
러시아와 군사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지만 미국의 강력한 반발을 사면서 더욱 밀착 하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1일 러시아 극동에서 시작된 다국적 군사훈련인 '보스토크(동방)-2022'에 중국은 약 2천명의 병력과 최신예 구축함, 전차, 전투기 등을 파견했다.
SCMP는 "분석가들은 이번 훈련을 통해 1979년 베트남전 이후 실전 경험이 거의 없는 인민해방군이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시리아 등지에서 러시아군이 얻은 경험으로부터 배울 게 많을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그러나 인민해방군의 기술적 발전이 일부 분야에서는 러시아를 앞서면서 두 나라의 관계는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관측통들은 이번 훈련을 통해 중국이 미국의 반발을 살 러시아와의 과도한 밀착을 피하면서도 군사적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 살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르춈 루킨 극동연방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정학적 고려도 중국이 러시아와의 군사 관계에 대해 더욱 주의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군사적으로 러시아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하지 않는 듯하다"며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 이전 군사 관계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적어도 군사적 분야에서는 '관계를 유지하지만 강화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자신의 분석은 공개된 정보를 근거로 한 것이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감시망 아래에서 군사 기술이나 정보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외부인으로서는 알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루킨 교수는 "중국이 러시아와 관계 강화를 꺼리는 것은 미국 기술과 경제에 의존하기 때문이며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10월 16일 개막)를 앞두고 미국과 동맹을 적대시할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봤다.
사라 커치버거 독일 키엘대 아시아-태평양 전략안보센터장은 "미국, 영국, 호주 사이와 같은 동맹은 오랜 기간 같은 편에 서서 싸운 여러 경험 속에서 발전된 진정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며 "그와 대조적으로 권위주의 국가는 이익을 공유할 때는 일정 기간 동맹처럼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지만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 반대함으로써 이익이 발생하면 그러한 동맹은 깨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오판과 군사적, 기술적 열악한 성과는 중국이 러시아를 문제 있고 골치 아픈 파트너로 보게 만들었다"며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의존을 늘리는 대신 그러한 실수의 여파를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러시아 무기 의존도가 점차 줄어드는 것도 중국이 러시아와 군사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분석이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대부분의 무기를 수입했지만 최근 10년간은 수입량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루킨 교수는 "러시아가 곧 중국산 무인기와 전함을 사기 시작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 전문가 할 브랜즈는 이날 블룸버그 기고에서 "중국과 러시아, 이란이 서서히 미국에 맞서 패거리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들 권위주의 국가는 공식적인 안보 동맹은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 이는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아직까지 적대 세력의 제대로 된 동맹에 직면한 적이 없지만 미국에 대한 적대감으로 연대를 강화하는 이들 세 나라가 뭉치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대응한다면 오산"이라며 무기 판매와 경제적 지원 등으로 서로를 돕는 이들의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들은 자신들이 뭉치면 동시에 여러 전선에서 미국을 곤경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