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람 막아라…파키스탄, 최대 담수호에 구멍 내 '필사의 물빼기'
만차르호 위험 수위 도달…50만명 이상 수해 우려로 물길 돌려
홍수 피해 규모는 17조원으로 늘어…수인성 전염병도 확산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최악의 몬순 우기 홍수로 시름하고 있는 파키스탄이 최대 담수호의 범람을 막기 위해 '필사의 물빼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돈(DAWN) 등 파키스탄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남부 신드주 당국은 전날 위험 수위에 도달한 만차르호의 제방에 구멍을 내 물을 빼고 있다.
당국은 이대로 물이 차올라 만차르호가 범람할 경우 인근 세흐완시 등에 사는 주민 50만명 이상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파키스탄 최대 담수호로 저수용으로 활용되는 만차르호는 건기 때는 200㎢로 줄고 우기 때는 500㎢ 정도로 확장된다.
만차르호의 물을 빼면 이미 물에 잠긴 인근 조히, 메하르 지역의 수위도 낮아질 것으로 당국은 기대했다.
다만, 인위적 새롭게 물길을 내면 12만5천명이 사는 다른 지역 주민이 수해를 입게 된다.
당국으로선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고육지책'을 낸 셈이다.
물빼기로 인해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이는 지역 주민에게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신드주 공보부 장관인 샤르질 메몬은 "이번 조치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세흐완 등을 보호하기 위해 내려졌다"며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만차르호 수위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아 당국은 초긴장 상태다.
당국은 물빼기 작업과 함께 만차르호의 다른 제방에는 군 병력을 투입해 보강 공사를 벌이는 중이다.
파키스탄에서는 만차르호 외에도 북서부의 대형 타르벨라댐 등도 한계 수위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마다 남아시아에서는 6월부터 9월까지 계절성 몬순 우기로 큰 피해가 발생하는데 올해 파키스탄의 상황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길 정도로 국가적 재앙 상황으로 치달았다.
지난 석 달 우기 동안 누적된 사망자 수는 어린이 458명 포함, 1천314명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가옥 약 150만채가 부서졌고 수많은 다리와 도로가 끊어졌다. 당국은 이번 홍수로 약 3천300만명이 수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도 창궐할 조짐이다.
집을 잃은 이들이 엉성한 간이 거주지에 머물며 오염된 물을 마시는 등 위생 환경이 극도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당국에 따르면 신드주에서만 이미 70만명 이상이 수인성 전염병에 시달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홍수 피해 규모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오뉴스는 전날 재무부 등이 참여한 정부 위원회를 인용해 이번 홍수로 인한 경제 피해 규모가 125억달러(약 17조1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말 파키스탄 정부가 잠정 추산한 피해 복구 예상액 100억달러(약 13조7천억원)에서 25%가량 늘어난 셈이다.
당국 관계자는 "이번 홍수로 인해 5%로 예상됐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2%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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