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등서 美 비밀 생물무기 개발 주장…선전전"

입력 2022-09-05 12:02
"러시아, 우크라 등서 美 비밀 생물무기 개발 주장…선전전"

NYT 보도…"美 신뢰 훼손·글로벌 혼란 노려" 지적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국이 비밀 생물무기 개발을 계속하면서 우크라이나 등의 국가에 생물무기 연구실험실을 운영해 왔다는 러시아의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확실한 근거나 증거가 없는 이 같은 주장들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신뢰를 훼손하고 세계를 혼란에 빠트리기 위한 크렘린궁 선전전의 일환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주 유엔 군축사무국이 있는 제네바에서 미국이 글로벌 혼란을 초래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등에서 은밀히 생물학연구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위원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1975년 발효한 '생물무기금지협약'은 가입국들이 조약 위반에 대한 공식 청문회 개최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는데 러시아가 4반세기 만에 그 권한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내의 '서방 생물무기 실험실 네트워크'로 인한 위협을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의 하나로 선전해 왔다.

이리나 야로바야 러시아 하원 부의장은 또 지난달 원숭이두창 미국유출설을 제기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미국의 군사적 생화학실험실의 비밀'에 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러시아 화생방군을 이끄는 이고리 키릴로프는 이미 지난 4월 미국이 원숭이두창 발원지인 나이지리아에서 4곳의 연구실험실을 운영했다며 전염병 확산의 배후가 미국임을 시사한 바 있다.

키릴로프 장군의 주장 수개월 뒤 러시아 관영 언론에는 약 4천건의 관련 기사가 실렸고, 그들 중 다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확산했다.

러시아의 든든한 우호 세력인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국의 비밀 생물무기에 관한 러시아의 주장을 주기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러시아의 주장은 미국, 러시아, 중국의 외교 각축장인 아프리카나 중동 각국의 뉴스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오는 5일 생물무기금지협약(BWC)에 가입한 184개국 대표들 앞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재차 발표할 예정이다.

러시아가 세계적 전염병을 미국의 생물무기라며 음모론을 제기한 건 처음이 아니다.

일부 러시아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해 미국 실험실에서 유출된 바이러스 탓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옛 소련 시절에는 미국 정부가 포트 데트릭(매릴랜드주)의 군사기지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유발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만들어냈다는 정보를 유포시키기도 했다.

미국의 군사분야 싱크탱크인 랜드 연구소 연구자들은 옛 소련 정보전에 기원을 둔 러시아의 선전 전략을 대중의 주의를 호도하고 혼란과 불신을 야기하기 위해 수많은 주장들을 쏟아내는 '거짓의 소방호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늘날 러시아의 선전 전략은 냉전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던 방식의 기술과 미디어의 이익에 적응했다"면서 첨단 미디어 기술을 이용한 러시아의 선전전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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