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부통령 암살미수에 중남미 각국 "단죄해야" 성토
멕시코·콜롬비아·칠레 등의 정상들 가세…교황도 위로 전해
범인은 브라질 국적 35세 남성, 범행 동기 아직 확인 안 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중남미 각국 정상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을 일제히 성토하며 피의자에 대한 단죄를 촉구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페르난데스 부통령이 피해를 보지 않은 것은 기적"이라며 "총격 시도 행위는 어떤 상황에서도 강하게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도 소셜미디어에서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것도 정치 행위라는 (잘못된) 관행이 중남미에 자리 잡고 있다"며 "정치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지 그런 파시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니콜라스 마두로(베네수엘라)·가브리엘 보리치(칠레)·루이스 아르세(볼리비아)·페드로 카스티요(페루)·마리오 압도 베니테스(파라과이)·루이스 라카예 포우(우루과이) 대통령도 정치적 폭력을 거부하며 이 사건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피의자 단죄가 요구된다는 공통의 메시지를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페르난데스 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 "공격을 받았다는 걱정스러운 소식을 접했다"고 위로하며 연대의 뜻을 표명했다고 아르헨티나 상원의장실은 전했다.
앞서 전날 오후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자택 앞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던 중 한 남성으로부터 총격을 받을 뻔했다.
페르난도 안드레스 사바그 몬티엘(35)이라는 브라질 출신 대중교통 운전자는 이날 페르난데스 부통령 얼굴에 권총을 겨누고 방아쇠까지 당겼지만, 총알이 발사되지는 않았다.
아르헨티나 사법당국에 따르면 당시 권총 탄창(15발)에는 총알 5발, 약실에 총알 1발이 각각 들어 있었다.
몬티엘은 현장에서 붙잡혔으며 경찰은 몬티엘의 거주지를 압수 수색해 집 안에서 총알 100발을 더 찾아내 압수했다.
그는 지난해 3월 17일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인 라파테르날 지역에서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가 경찰 불심검문을 받고 경범죄 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통령에 대한 범행 동기는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테디'라는 청소년 시절 예명으로 그를 기억하는 일부 지인과 현재 거주지 주변 이웃들은 몬티엘에 대해 "괴짜 기질이 있고 가끔 이상한 말을 한 적은 있었다"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 인포바에는 보도했다.
현재는 비공개된 그의 소셜미디어에는 극단적이고 급진적인 증오 집단을 옹호하는 취지의 게시물과 자신의 몸에 나치 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문양의 문신을 그린 사진 등이 있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아르헨티나 하원은 오는 3일 정오 특별 임시회의를 열어 범죄자 규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페르난데스 지지자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 5월 광장(Plaza de Mayo)에 집결해 행진 시위를 벌이며 암살시도를 규탄했다.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2007∼2015년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지내,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부부 대통령' 타이틀을 얻은 바 있다.
이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의 러닝 메이트로 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의 공금 횡령 등 부패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22일 징역 12년을 구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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