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검찰, 발리서 숨진 자국 성전환자 사건 예비조사 착수
유족 "인도네시아 경찰로부터 고문" 의혹 제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마약 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다 숨진 트랜스젠더(성전환자) 페루인 사건과 관련해 페루 검찰이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인포바에에 따르면 페루 검찰은 성전환 페루인 로드리고 벤토실라 사망 사건과 관련, 유족 측에서 제기한 고문 의혹에 대해 정식 수사할지를 알아보기 위한 예비조사에 들어갔다.
인권 전문 검사를 포함한 검찰 예비조사팀은 인도네시아 경찰 2명을 상대로 혐의점이 있는지를 살필 예정이다.
사망자에 대한 부검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자국민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의혹을 받는 자카르타 주재 페루 영사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페루와 인도네시아는 한국처럼 유엔 고문 방지협약에 서명한 국가다. 협약에 따르면 고문 혐의자가 자국 영토 안에 있고 다른 나라로 인도하지 않는 경우에는, 혐의자를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
미국 하버드 케네디 스쿨 대학원생인 로드리고 벤토실라(32)는 지난달 6일 신혼여행차 남편과 함께 발리로 갔다가, 마약 의심 물건 소지 혐의로 세관에서 경찰에 넘겨졌다.
며칠째 조사를 받던 그는 8일께 구토와 복통 증세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11일에 숨졌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벤토실라가 알 수 없는 약을 먹은 뒤 복통을 호소했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조사 과정에서 발리 경찰들에 의한 폭행, 인종 차별, 성전환자 혐오 행위 등이 의심된다며 명확한 사실관계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페루 인권단체와 성소수자 모임 역시 수도 리마에 있는 주페루 인도네시아 대사관 등지에서 진상 규명 요구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경찰은 "세관원 신고에 따라 적법하게 조사를 진행했다"며 고문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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