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재무장관, 러 원유 가격상한제 긴급시행 합의…러 반발(종합2보)

입력 2022-09-03 05:13
G7 재무장관, 러 원유 가격상한제 긴급시행 합의…러 반발(종합2보)

EU의 러 원유 금수 포함 6차 對러 제재에 맞춰 시행 시기 조정

한국도 "취지 공감, 동참 용의"…러, 獨에 돌연 가스공급 중단 통보



(워싱턴·베를린=연합뉴스) 이상헌 이율 특파원 =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긴급하게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이날 G7 재무장관 화상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국가별로 가격상한제 시행을 위한 조처를 긴급히 추진할 계획"이라며 "유럽연합(EU)의 6차 대러 제재 패키지 관련 조처에 맞춰 시행 시기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향후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은 특정 가격 이하에 구매된 경우에만 해상운송 서비스 제공 등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원유·석유제품 가격 상한제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가격상한은 시행에 참여하는 광범위한 국가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가격 상한선은 각국이 시행하기 전에 여러 기술적 수치 입력에 기반해 참여국 전체가 연합해 결정하며, 투명하게 공개된다. 또 상한선의 효력과 영향을 긴밀히 모니터링해 필요하면 가격수준을 재조정할 방침이다.

G7 재무장관들은 "가격상한제는 러시아의 이익과 전쟁 재원 마련 여력을 줄이고,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 영향을 축소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됐다"면서 "특히 중저소득 국가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상한제는 EU의 6차 대러 제재 패키지 등 기존 제재에 기반하며, 그 제재의 효과를 증폭시킬 것"이라며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원유 가격 상한제 설계와 시행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U는 앞서 지난 6월 러시아산 원유 수입 부분 금지를 포함하는 6차 대러 제재를 채택했다. 원유는 6개월, 다른 석유 제품은 8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수입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해상 수송 원유 수입만을 대상으로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는 인플레이션에 대항한 싸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재원 마련 여력에 일격을 가하는 조처"라고도 말했다.

그는 "가격상한제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재원 마련을 위한 이익은 허락하지 않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옐런 장관은 미 MSNBC 방송에 출연, 가격상한제 도입에도 러시아가 원유 판매를 계속할 유인은 있다면서 "원유 판매를 중단하기보다 상한제 속에서 원유 판매를 선택하는 것이 러시아에 경제적으로 훨씬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 베를린에서 '중국도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모든 나라가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는 에너지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석유 생산국들의 생산 확대와 함께 한다면 물가 상승세가 뚜렷이 제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도 그동안 러시아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 도입 움직임에 대해 동참할 의사가 있음을 밝혀왔다.

일례로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19일 서울에서 개최된 옐런 미 재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러시아 원유 가격상한제에 대한 동참을 요구받자 "도입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할 용의가 있다"면서 "원유 가격상한제는 국제 유가와 소비자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G7의 이런 조치에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그런 움직임은 석유 시장에 심각한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라며 가격 상한제를 적용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석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1'의 정비 완료와 가스 공급 재개를 하루 앞둔 이날 돌연 문제가 발견됐다며 가스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노르트 스트림-1의 정비 상황에 대한 성명에서 "정기 점검 중 누출이 발견됐다"며 "노르트 스트림을 통한 가스 공급이 완전히 중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일부 외신은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가스프롬이 예정된 일정대로 정비를 마치고 가스 공급을 재개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으나 이 같은 예상이 뒤집힌 것이다.

이에 따라 G7의 러시아 원유 가격상한제 긴급 시행 합의가 러시아의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G7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를 말하며, 현재 G7 의장국은 독일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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