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고 전기도 생산하고…농가 새 수익모델 '영농형태양광'
한화큐셀·에너지공단, 함양군 기동마을서 영농형태양광 설명회
농업수익에 발전수익까지 '두마리 토끼'…"활성화 위해 관련법 개정해야"
(함양=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기존에 농사만 짓던 땅에서 농업과 태양광발전을 동시에 함으로써 농업 소득 외에 태양광 발전으로 인한 소득도 올릴 수 있습니다."
이달 1일 경남 함양군 함양읍 신관리에서 열린 영농형태양광 설명회에서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의 이태식 조합장은 영농형태양광의 장점을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했다.
이날 설명회는 영농형태양광 시설을 소개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하 한화큐셀)과 한국에너지공단이 주최한 것이다.
지역 주민으로 이뤄진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은 농지 3천68㎡(928평)를 임대해 100㎾(킬로와트) 규모의 영농형태양광 전용 모듈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100㎾는 연간 약 15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날 기동마을 발전소에서는 조평벼 가을걷이가 한창이어서 농업과 태양광발전의 현장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 농작물 영향 최소화되도록 모듈 설계…'태양광 이모작'
농촌에서 태양광발전을 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 모델이 있다.
그중 하나는 아예 농사를 접고 농지를 용도 변경해 태양광발전소 전용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이를 농촌태양광이라 부른다.
기동마을의 영농형태양광은 이와는 다르다. 농사는 그대로 지으면서 농지 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태양광발전을 하는 방식으로 '태양광 이모작'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태양광모듈을 설치하면 어느 정도 그늘이 지기 마련이고, 과연 농작물이 제대로 자랄까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모든 식물에는 '광포화점'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더 이상 광합성량이 증가하지 않는 빛의 세기를 말한다. 예컨대 벼의 광포화점은 50klux(킬로럭스)로, 이를 초과하는 태양광은 벼의 광합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영농형태양광은 모듈의 크기와 배치, 각도 등을 조절해 작물 재배에 적합한 일조량이 공급되게 하면서 남는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식물의 생육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조합 측의 설명이다.
또 농경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3∼5m 높이에 모듈을 설치하고, 토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 소재로 제작된 구조물을 사용한다.
◇ 수확량 일부 감소하지만 태양광발전으로 더 큰 수익 가능
기동마을의 경우 영농형태양광 발전소에서 조평벼를 재배하고 있다.
이 조합장에 따르면 태양광모듈을 설치하기 전 이곳에서 수확되는 쌀은 연간 2천700㎏에 달했는데 태양광모듈 설치후 수확량이 1천1천800㎏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연간 농업 수익은 설치 전 약 250만원에서 설치 후 약 168만원으로 82만원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땅 주인은 태양광 발전을 위한 임대료로 연간 500만원을 받고 있어 설치 전보다 연 400만원 이상 더 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 협동조합은 한국전력[015760]과 남동발전으로부터 연 3천만원 가량의 전력 판매 수익금을 받고 있는데 이는 마을회관 관리나 이웃돕기 성금, 장학회 운영 등에 사용된다.
이처럼 영농형태양광은 위기에 처한 농촌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모듈이 일조량을 조절해주기 때문에 생산량이 더 늘어나는 작물도 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정재학 영남대 교수는 "전국 영농형태양광에 대한 실증 시험 현황을 분석해 본 결과 녹차와 포도를 심은 지역에서는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한 후 생산량이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양한 시범사업을 통해 영농형태양광에 적합한 식물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영농형태양광은 물 증발을 막아 토지의 습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겨울철에는 추운 공기의 흐름을 막아 냉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농지법 따라 8년 지나면 철거해야…"규제 대폭 완화해야"
영농형태양광은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 및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전체 농지 면적의 약 5%에만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해도 약 34GW(기가와트) 규모의 발전소를 지을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90%가 가정에서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에 한화큐셀은 영농형태양광에 최적화된 모듈을 제작해 국내 시범단지 등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KS인증 가운데 친환경 고내구성 항목에 대한 추가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한 영농형태양광 모듈 신제품을 출시했다.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 유재열 전무는 "영농형태양광 활성화는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영농형태양광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3천개가 넘는 영농형태양광 발전소가 운영 중이지만 국내에서 운영되는 영농형태양광은 77개에 불과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농지법 등 관련 제도의 미비다.
현행 농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은 최장 8년이다.
영농형태양광은 농지 용도 변경 없이 임시 허가로 설치·운영되는데 8년이 지나면 설비를 철거해야 한다.
25년 이상 사용 가능한 태양광모듈을 8년이 지나면 철거해야 하는 현실이다 보니 사실상 경제성이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는 영농형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 조합장은 "발전소 수익금으로 마을의 행정업무를 보완하고 복지 혜택을 늘려 주민 만족도가 높다"며 "영농형태양광 사업을 위한 금융 지원책 등을 강화해 농촌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더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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