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미군 철수 1주년 자축…국경일 선포하고 폭죽·열병식
곳곳 탈레반 상징 깃발 내걸려…"미국에 죽음을" 구호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미군 철수 1주년을 맞아 31일을 국경일로 선포하고 자축했다.
3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밤 수도 카불에서는 미군 철수 1주년을 축하하는 불꽃놀이 행사가 이어졌다.
가로등과 관청 등 도시 곳곳에는 탈레반을 상징하는 깃발이 펄럭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승전을 자축하며 탈레반 대원이 쏜 총소리도 들렸다.
미국은 작년 8월 30일 밤 11시 59분 미군 C-17 수송기가 카불 국제공항을 이륙하면서 아프간 철군을 마무리했다. 탈레반 정권이 9ㆍ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자 이를 응징하겠다며 아프간을 침공한 지 20년 만이었다.
재집권 1년이 된 탈레반은 현수막 등을 통해 아프간은 영국, 소련에 이어 미국까지 3개 제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프간은 과거 원나라부터 무굴 제국, 영국, 소련 등 당대를 호령한 세계 초강대국이 고전을 면치 못한 곳으로 '제국의 무덤'이라는 별명이 붙은 나라이기도 하다.
탈레반은 31일을 '자유의 날'이라는 국경일로 지정했다. 이를 기념해 카불 인근 옛 미군 기지에서는 열병식도 열었다.
카불 주민인 잘마이는 "알라가 신앙 없는 이들을 우리나라에서 없애버렸고 아프간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 정부 국호)가 세워져 행복하다"고 했다.
카불의 미국 대사관이 있던 곳 근처 광장에서는 무장한 대원들이 탈레반 깃발을 들고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일부는 차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며 경적도 울렸다.
탈레반의 자축에도 불구하고 아프간은 지난 1년간 경제난이 심해지는 등 사회 분위기가 더욱 악화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유엔에 따르면 아프간 인구 4천만명 가운데 2천300만명이 '극심한 기아'에 직면한 상태다.
특히 여성 인권은 최악의 상황이다.
여성은 남성 보호자 없이는 장거리 여행도 할 수 없게 됐고, 얼굴을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도 의무화됐다.
탈레반은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지만, 여전히 지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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