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혈액 만들고 난치병·암 치료할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개발

입력 2022-08-31 16:13
인공혈액 만들고 난치병·암 치료할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개발

과기정통부 예산안에 담긴 이색사업들…소재 혁신할 양자 시뮬레이터·인공지능 반도체도



(세종·서울=연합뉴스) 정성호 문다영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31일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에는 혈액 부족에 대처할 수 있는 인공혈액 제조, 난치성 질환이나 암 치료 등에 쓰일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기술 등 흥미로운 사업들이 여럿 들어가 있다.

주요 이색 사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차세대 치료 원천기술 개발 사업 = 과기정통부는 내년 신규 사업으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차세대 치료 원천기술 개발사업'을 편성하고 5년간 470억원을 투자한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군집(microbiota)과 유전체(genome)를 합한 말로, 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 군집과 미생물 군집의 유전적 정보를 총칭한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은 내성, 만성질환과 난치성 질환, 환경 복원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기존의 치료방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난치성 질환과 항암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 세포기반 인공혈액 제조 및 실증 플랫폼 기술개발 = 인공혈액은 혈액을 구성하는 주요 세포인 적혈구, 혈소판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각각 분화, 증식시켜 만들어낸다.

인공혈액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재생불량성 빈혈, 혈우병 등 희귀질환자의 맞춤 치료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수혈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저출산으로 헌혈 인구가 감소하면서 혈액 부족 문제가 심화할 것으로 예측돼 더욱 중요한 기술이다.

내년부터 과기정통부와 복지부, 산업부, 식약처, 질병청 등은 다부처 기획사업으로 인공혈액 제조 기술 확보를 지원한다.

정부는 우선 1단계 사업으로 2027년까지 471억원을 투입해 적혈구와 혈소판 등 인공혈액 생산기술을 확보한다.

또, 제조공정 플랫폼 구축, 안정성·유효성 평가와 비임상·임상 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 등 지원 사업을 수행한다.

▲ 소재 혁신 양자 시뮬레이터 개발 =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양자 시뮬레이터를 통해 소재를 개발하는 사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과기정통부는 신소재 개발을 위해 소재 혁신 양자시뮬레이터 개발을 내년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다. 2027년까지 총 397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양자 시뮬레이터는 양자 연산장치의 일종으로, 분자 열역학 특성을 계산하는 장치다.

정부는 양자 시뮬레이터를 고도화해 수소 생산 촉매 후보물질과 액상 유기 수소 운반체 후보물질을 도출할 계획이다.

▲ 원전해체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 사업 =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439기 중 영구정지된 원전은 202기인데, 이중 해체된 원전은 21기에 불과하다. 점점 원전 해체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 정부도 원전 해체 기술 개발에 나선다.

과기정통부는 산업부와 함께 고리1호기와 월성 1호기 등 국내 영구정지 원전을 대상으로 해제기술을 개발한다. 사업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진행되고, 총 3천481억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우선 해체 폐기물 분석을 위한 기반 조성과 원전해체를 위한 기술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수로 핵심설비 제염과 탄소의 방사성 동위원소인 탄소14(C-14) 등이 함유된 특수폐기물 감용, 부지 오염 예측 시스템 등의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 한의 디지털 융합 기술개발사업 = 과기정통부는 한의기술과 첨단과학기술, 지식을 융합하는 연구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한의 디지털 융합 기술개발사업'을 신규추진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함께 2027년까지 451억원을 투입한다.

경혈·경락 이론과 한약 효능주치를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스마트 한약과 바이오융합 한의 신소재 등 융합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내용의 사업이다.

▲ 인공지능 활용 혁신신약 발굴 사업 = 과기정통부는 올해부터 시작한 '인공지능 활용 혁신신약 발굴사업'을 내년에 규모를 더욱 확대해 이어간다. 내년에 배정된 예산은 68억원이다.

국립암센터와 국가바이오데이터스테이션 등 공공데이터와 민간 데이터를 활용해 신규약물 타깃을 발굴하고 후보물질을 도출할 예정이다.

▲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 AI 반도체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와 AI 기술의 확산으로 급격히 수요가 늘고 있지만 아직 인텔과 AMD의 CPU, 퀄컴의 통신칩, 엔비디아의 GPU, 삼성전자의 메모리 처럼 돋보이는 강자는 없다.

과기정통부는 전폭적 정부 투자와 민간 협력으로 AI 반도체 시장을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시스템 반도체에 AI 프로세서를 탑재해 저전력·초고속 연산이 가능한 신경망처리장치(NPU), D램 등 메모리반도체 기반 AI 반도체인 PIM(Processing-In-Memory)의 설계와 관련된 원천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에 따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 AI 제품에 반도체를 적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통합 플랫폼 기술 개발, 초거대 인공신경망 처리를 위한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도 지원한다.

▲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 소형모듈원자로(SMR)는 최근 미래 글로벌 원전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면서 미·중·러·영 등 국가 간 기술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SMR은 발전 용량이 기존의 경수형 대형 원전(1천㎿ 규모)보다 적은 300㎿ 이하로, 모듈형 구성으로 경제성을 높이려는 원자로 설계방식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혁신형 SMR을 통해 2030년대 세계 소형 원자로 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내년부터 2028년까지 6년간 3천992억원을 투자해 핵심기술 개발·검증과 표준설계를 수행할 예정이다.

▲ 용융염원자로(MSR) 원천기술 개발 = MSR은 불소 또는 염소 기반 이온 화합물인 '염'을 고온에서 녹인 용융염에서 핵연료를 섞어 사용하는 액체연료 원자로다.

소형화 설계가 용이하고 핵연료 교체 없이 장기간 운영이 가능해 선박 추진이나 이동형 원자력 시스템에 적합하고, 이에 따라 해양 분야의 탄소배출 규제에 최적의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MSR 핵심기술 개발, 해양 환경 중대사고 차단 기술 개발 등에 나설 예정이다.

▲ 데이터 레이크 = 데이터 레이크란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원시(raw) 형태로 단일 저장소에 저장·공유하는 데이터 관리 방식을 뜻한다. 다른 조직 간 데이터 공유, 이종(異種) 데이터 간 결합 등에 많이 이용된다.

과기정통부는 이런 방식을 공공 부문에 접목해 앞으로 추진될 '디지털 플랫폼 정부' 선도 프로젝트, 정보기술로 국가 인프라·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지능정보화사업에서 생성·파생되는 데이터를 모아 공공은 물론 기업 등에서 활용하도록 공유할 계획이다.

▲ XR(가상융합기술) 인터페이스 핵심원천기술 개발 = XR은 가상에서도 현실 수준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다.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가 부상하면서 XR도 중요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가상세계-현실 간 인터페이스는 키보드·마우스 같은 외부 입력장치, 또는 스마트폰 같은 터치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차세대 인터페이스는 별도의 장치나 학습 과정 없이 일상적인 언어, 몸짓, 손짓 등으로 제어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개인형 XR 디바이스의 이동성을 높여줄 사용자 정밀추적 기술 개발, 가상공간 내 몰입감 향상을 위한 오감 인지·제어 기술 개발, 디지털 공간 내 감성 교류 등을 위한 디지털 포용성 기술 개발 등을 추진한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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