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테러 반대했다" 주범 웃는 얼굴 인터뷰에 호주 들끓어
교도소, 공식 유튜브 계정에 인터뷰 영상 올려…지금은 삭제된 상태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20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테러의 주범인 우마르 파텍이 교도소에서 교도소장과 웃으며 인터뷰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당시 테러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호주 여론이 들끓고 있다.
29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아와 호주 A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텍이 현재 수감 중인 인도네시아 포롱 교도소는 파텍과 교도소장이 대화하는 영상을 교도소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렸다.
이 영상에서 두 사람은 교도소 구내를 산책하며 대화했고 때때로 웃기도 했다.
파텍은 교도소장에게 당시 발리 테러에 대해 "나는 동료들에게 반대한다고 했지만, 그들은 준비가 거의 끝난 상태였다"며 "950㎏에 달하는 폭탄이 포장돼 있었고 그들은 이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계속 반대했고 동의하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물었지만, 그들은 아무 이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파텍은 또 자신이 풀려나면 현재 수감 중인 다른 테러리스트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내 급진주의를 근절하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와 일하고 싶다. 그들은 급진주의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운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에게 테러 문제를 알리는 것을 돕고 싶다. 나는 교정 시설이나 다른 기관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와 인터뷰한 교도소장은 파텍의 가석방을 지지한다며 "파텍의 말을 다른 수감자들이 모범 답안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텍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호주 언론은 일제히 이 사실을 보도하며 파텍을 비난하고 나섰다.
디오스트레일리안은 '엽기적인(bizarre) 유튜브 회한'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다른 언론들도 그가 웃고 있는 사진과 함께 '충격적인 인터뷰', '웃으며 테러 부인'과 같은 제목으로 그의 발언을 전했다.
이 같은 반응이 나오자 현재 유튜브에는 이 영상이 사라진 상태다. 다만 교도소 측이 이 영상을 자진 삭제했는지 유튜브 측에서 삭제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파텍은 2002년 10월 12일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의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의 주범으로 테러에 사용된 폭탄을 제조했다. 당시 테러 사망자 중에서는 호주인이 88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는 테러 이후 파키스탄에 숨어 있다 2011년 1월 체포돼 그해 인도네시아로 송환됐고, 법원에서 20년 형을 받았다. 하지만 여러 차례 감형받으면서 수감 기간이 전체 형량의 3분의 2를 넘어서자 가석방 대상이 됐다.
그가 가석방 수순을 밟자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나서 인도네시아 정부에 가석방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그의 가석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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