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향한 26일 여정 오리온, 심우주 비행 45만㎞ 기록 새로 쓴다
아폴로13호보다 5만㎞ 더 먼 곳까지 비행…유인캡슐 최장 기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16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우주발사시스템(SLS)에 실려 발사된 유인캡슐 '오리온'이 달 궤도를 돌고 무사히 귀환한다면 26일간의 대장정을 통해 인류가 개발한 유인 우주선 중 지구에서 가장 멀리 비행하는 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달의 뒷면에서 약 6만4천㎞를 더 비행해 지구에서는 약 45만㎞ 떨어진 곳까지 나아간다.
오리온 캡슐은 우주정거장 도킹 없이 가장 오래 우주에 머물고, 지구로 귀환할 때도 가장 빠르고 뜨겁게 대기권을 통과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심우주 유인 탐사의 첨병이 될 오리온의 성능을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비행할 때는 이보다 훨씬 더 안전한 기준에서 운행된다.
◇ 26일 대장정 오리온 캡슐 성능은
유인캡슐 오리온은 우주비행사가 생활하는 '크루 모듈'과 동력, 추진력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 모듈'로 구성됐다.
2000년대 중반 추진되던 달 착륙계획인 컨스털레이션(Constellation) 프로그램 때 '아레스 1' 로켓에 실어 발사하는 자체 엔진을 가진 유인 캡슐로 개발되다가 무산된 뒤 화성 탐사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를 대폭 변경했다. 이때 SLS에 탑재하고 유럽우주국(ESA)에서 서비스 모듈을 제공받는 형태로 바뀌었다.
크루 모듈은 2014년 12월 4시간에 걸쳐 지구를 두 바퀴 돌고 귀환하는 첫 시험비행을 해 이번이 두 번째 우주비행인 셈이지만 서비스 모듈까지 갖추고 지구 저궤도를 벗어나 장거리 비행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최대 6명을 태우고 우주정거장 등에 도킹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21일, 도킹했을 때는 6개월간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높이는 약 3m로 아폴로 우주선보다 넓다.
이번 무인비행에는 마네킹만 탑승했지만 유인 비행으로 진행될 아르테미스Ⅱ,Ⅲ 미션 때는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우고 비행한다.
◇ 아르테미스Ⅰ 오리온 궤도
오리온 우주선은 SLS 1단 로켓이 분리된 뒤 2단 로켓인 '중간극저온추진로켓'(ICPS)에 의존해 지구를 돌며 태양광 패널을 펼치고 고도를 높여 달 전이궤도로 들어서기 위한 준비를 한다. 발사 2시간여 뒤에는 달 전이궤도에 진입해 ICPS 마저 떼어내고, 6시간에 뒤에는 서비스 모듈의 추진체를 처음으로 가동해 달로 향하는 궤도 미세조정을 한다.
이로부터 나흘간 달을 목표로 비행하며, 발사 6일째 달에 100㎞까지 접근하며 달의 중력을 이용해 '원거리역행궤도'(DRO)로 향한다. DRO는 달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뤄 우주선이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며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는 궤도로, 달 주변에서 최대한 오래 비행하며 선체 성능을 점검하기 위해 선택됐다. 달 표면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달이 지구를 도는 방향과 반대로 비행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오리온은 발사 11일째 산소탱크 폭발로 달착륙에 실패하고 귀환한 아폴로13호가 세운 원거리 비행기록(40만170㎞)을 깨고, 발사 13일째에는 달의 뒷면에서 약 6만4천㎞까지 더 나아가며 지구에서 가장 멀리 비행하는 유인 우주선 기록(45만㎞)을 세운다.
이후 발사 16일째 DRO를 벗어나기 시작해 20일째는 다시 달에 최근접하면 동력을 얻은 뒤 지구 귀환궤도에 오른다. 오리온은 발사 26일째인 12월 11일 샌디에이고 연안의 태평양 바닷물에 낙하산을 타고 입수하며 총 25일 11시간36분에 걸친 무인비행 여정을 마감하게 된다.
오리온 캡슐은 대기권 진입 전 서비스 모듈은 떼어내고 크루 모듈만 음속의 32배인 시속 4만㎞로 대기권을 통과하는데, 마찰열로 온도가 2천800℃까지 올라가게 된다.
오리온은 지난 8월 1차 시도 때 발사됐다면 우주비행 기간이 총 42일에 달했으나 잇단 무산으로 일정이 조정되면서 비행기간이 26일로 짧아졌다.
◇ 아르테미스 Ⅱ, Ⅲ 궤도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첫 비행인 무인 시험비행이 성공하면 2024년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우고 달 궤도를 돌고 오는 아르테미스Ⅱ 미션이 진행된다.
이때는 발사 뒤 하루동안 지구 궤도를 돌며 선체 이상 여부를 점검한 뒤 나흘간 달로 비행해 달의 뒷면 7천여㎞까지 돌고 귀환하는 열흘 일정으로, 무인비행 때보다 훨씬 짧게 진행된다. 발사 시기는 확정이 안 됐는데, 발사 때 달의 위치에 따라 가장 멀리 비행한 우주비행사 기록이 경신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으로 예정된 아르테미스Ⅲ 역시 4명의 우주비행사가 탑승해 달로 간다.
아르테미스Ⅱ 때와 같은 절차로 지구 궤도에서의 점검 과정을 거쳐 달 주변에 도착하면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비행사가 스페이스X가 개발할 착륙선으로 옮겨 타고 남극 주변의 달 표면에 내리게 된다.
이들이 엿새 간 머물며 과학탐사 활동을 벌이는 동안 다른 두 명의 우주비행사는 오리온에 남아 달 궤도를 돌게 된다.
오리온은 달 저궤도에서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이륙한 착륙선과 다시 도킹해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지구 귀환길에 오르게 된다. 아르테미스Ⅲ가 성공하면 매년 한 차례씩 달에 우주비행사를 보내 달 상주와 달 주변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Gateway) 건설을 추진한다는 게 NASA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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