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언론에 대한 현지 대중 신뢰도 20년만 최저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20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고 홍콩프리프레스(HKFP)가 홍콩중문대의 설문 결과를 인용해 26일 전했다.
홍콩중문대가 지난 25일 발표한 해당 설문에서 홍콩 언론에 대한 대중의 종합적인 신뢰도 점수는 직전 설문 때보다 0.27포인트 떨어진 5.44를 기록했다.
홍콩중문대는 2001년부터 홍콩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 설문조사를 3년마다 진행해왔으며, 직전 설문은 2019년에 이뤄졌다.
이번 설문은 6∼7월 994명을 대상으로 1부터 10까지 신뢰도 점수를 매기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019년에 비해 가장 신뢰도가 하락한 매체는 공영방송 RTHK로 점수가 6.72에서 5.68로 떨어졌다.
홍콩 정부는 RTHK가 2019년 반정부 시위에 대한 일부 보도와 프로그램으로 친중 진영의 비판을 받자 지난해 방송 경험이 전무한 공무원을 RTHK 수장으로 앉히고 비판받은 프로그램을 없애는 등 손보기에 나섰다.
이후 RTHK에는 애국심을 강하게 고취하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편성하는 임무가 부여됐다고 HKFP는 전했다.
홍콩에서는 수십 년간 다채로운 언론이 자유롭게 공존했으나, 2020년 6월 국가보안법 시행 후 빈과일보를 시작으로 입장신문, 시티즌뉴스, 팩트와이어 등 민주 진영 언론이 당국의 압박 속에 잇따라 폐간했다.
홍콩의 언론 자유가 추락했다는 서방의 비판 속 홍콩외신기자클럽(HKFCC)마저 국가보안법 위반 우려를 표하며 26년 역사의 인권언론상(HRPA) 주관을 포기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5월 발표한 '2022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홍콩은 전 세계 180개 국가 중 가장 가파른 순위 하락(68계단)을 보이며 148위로 떨어졌다.
RSF는 "홍콩의 순위 하락은 가장 큰 폭으로, 현지에서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법치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설문을 처음부터 진행해온 클레멘트 소 홍콩중문대 교수는 HKFP에 "최근 언론의 신뢰도는 계속 낮은 편"이라며 "사람들이 대체로 언론을 충분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언론은 사회적 이슈와 사건을 다루고 상황을 감시하는 데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이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이처럼 언론에 대한 낮은 신뢰도는 세계적 추세이며 홍콩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왜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는지는 설문하지 않아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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