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살인 혐의' 한인 영주권자 中 인도 막판 저울질

입력 2022-08-27 09:16
뉴질랜드, '살인 혐의' 한인 영주권자 中 인도 막판 저울질

법무장관 최종 결정…변호인 "공정한 처우 기대 못해"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뉴질랜드 정부가 중국에서 살인 혐의를 받는 한인의 신병 인도 요청과 관련해 막바지 법적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27일 중국 당국이 살인사건 혐의자로 뉴질랜드 영주권자 김모(47)씨를 지목하고 뉴질랜드 당국에 신병 인도를 요청한 사실을 전하면서 키리 앨런 법무장관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앨런 장관은 김씨 측 변호인이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기한 문제점 등에 대해 법률 조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은 김씨가 중국에서 공정한 처우를 받을 것으로 보는 뉴질랜드 정부의 입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감시자를 붙여 놓아도 의뢰인의 처우를 적절하게 지켜보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호인은 특히 김씨가 현재 심한 우울증과 작은 뇌종양, 간과 신장 질환 등으로 중국으로 여행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뉴질랜드 대법원은 지난 4월 중국에서 살인 혐의를 받는 김 씨의 신병 인도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판결은 고문 가능성 외에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고 유죄로 확정될 경우 과도한 처벌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중국에 범죄인 인도를 하지 않는 대다수 민주 국가들의 선례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뉴질랜드 정부는 신병 인도에 필요한 비용 문제 등에 대해서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씨를 중국에 인도할 경우 외교관을 추가로 보내 그의 처우 등을 지켜보아야 하는 만큼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단독 입수한 뉴질랜드 외교부의 해당 문건에 이런 사실이 적시됐다며 그러나 나나이아 마후타 외교장관은 중국 당국이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시험 사례인 만큼 오명을 남기지 않기 위해 불공정 재판이나 고문을 가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뉴질랜드 외교부는 문건에서 김씨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교도소에서 10년 이상 복역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재판 기간 뉴질랜드 공관원이 이틀에 한 번씩 그를 찾아가서 만나야 하고 이후엔 15일에 한 번씩 찾아가야 하는 만큼 재원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김씨를 지켜보기 위해 상하이에 고위급 영사를 추가로 파견할 필요가 있다며 여기에 드는 비용은 첫해에만 37만7천 달러(약 3억1천만 원)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외교부가 김씨의 처우 등을 면밀히 감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마후타 장관은 중국이 김씨를 공정하게 다루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법무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변호사 토니 엘리스는 자신의 의뢰인이 중국에서 공정한 처우를 받을 것이라고 뉴질랜드가 말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감시자를 붙여 놓아도 의뢰인의 처우를 적절하게 지켜보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씨가 현재 심한 우울증과 작은 뇌종양, 간과 신장 질환 등으로 중국으로 여행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14세 때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에 이주한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지난 2011년 중국이 살인 혐의로 인도를 요청하면서 체포됐다.

그는 5년 이상 투옥돼 있었고 이후 전자 감시 상태로 3년을 보냈다.

뉴질랜드에서 재판도 받지 않고 투옥된 경우로는 김씨가 최장기에 속한다.

그는 2009년 상하이에 갔다가 성매매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전 여자 친구의 소행이라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ko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