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절친' 세친, 남아공 비밀 방문…블링컨 떠난지 며칠만에
지난 15일 수도권 3시간 체류…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세친 안 만났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진 이고르 세친이 지난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밀리에 방문했다고 남아공 현지매체 데일리매버릭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석유 대기업 로스네프트의 회장이기도 한 세친은 휴가를 보내러 남아공 휴양지 케이프타운과 크루거 국립공원에 온 것으로 보인다. 세친 회장은 러시아에서 사실상 이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서방의 폭넓은 제재를 받는 인물이다.
세친 회장의 남아공 체류가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잠시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와 가까운 란세리아 공항으로 날아가 수도권 하우텡 주에 3시간 남짓 머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세친 회장은 지난 12일 오전 10시 30분께 케이프타운공항에 B737 보잉 비즈니스 제트기 RA-73455편으로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15일 오전 6시 케이프타운에서 같은 비행기로 출발해 란세리아 공항에 7시 20분께 착륙했다.
이후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BMW 승용차 두 대에 수행원과 함께 나눠 타고 수도 프리토리아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이날 오전 10시 45분께 케이프타운으로 돌아간 점을 고려하면 그는 3시간 남짓 하우텡에 있었다.
RA-73455편은 로스네프트 소속으로 추정된다. 서방의 제재 때문에 그 소유 사항은 온라인 항공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되고 현재 한 러시아 항공사 소속으로 위장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가 하우텡에 체류한 것은 고위 정부 관료들을 만나거나 석유 구매를 논의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등 추측이 무성하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세친 회장과 만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는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대통령실로 떠넘겼다.
세친 회장은 특히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남아공을 공식 방문하고 떠난 지 며칠 만에 남아공에 도착했다. 앞서 블링컨 국무장관은 남아공 방문 당시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리카 전략을 밝히고 라마포사 대통령과 날레디 판도르 국제관계협력장관을 만났다.
세친은 푸틴 대통령과 같은 정보원 출신으로 2004년 로스네프트를 떠맡아 러시아 재벌 '올리가르히' 일원이 됐다. 로스네프트는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기업이고 국영기업으로는 가스프롬 다음으로 크다.
남아공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다른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중립적 입장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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