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전투기에 핵무기 장착…러시아와 합의"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러시아의 맹방 벨라루스가 자국 전투기에 러시아로부터 이전받은 핵무기가 장착됐다고 밝혔다고 로이터·스푸트니크 통신 등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합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핵무기를 실은 전투기가 수호이 SU-24라고 특정했다. 수호이 SU-24는 구소련 시절 개발된 초음속 전천후 전투기다.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할 때 자국 영토와 영공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러시아의 동맹국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부터 벨라루스와 합동 군사훈련을 빌미로 대규모의 병력과 무기를 우크라이나 북부 접경인 벨라루스에 전진 배치한 바 있다.
냉전 시기 옛 소련의 일부였던 벨라루스는 핵전력을 보유했다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핵무기를 러시아로 이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벨라루스의 핵전력 강화를 공언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앞으로 수개월 안에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M' 전술 미사일 시스템을 (벨라루스에) 이전할 것"이라며 "이는 재래식 미사일과 핵미사일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군용기를 핵무기 사용이 가능하도록 개조할 것을 벨라루스에 제안하기도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날 '푸틴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언급한 부분은 핵무기 사용이 가능한 전투기 개조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28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올해 2월 28일 개헌 국민투표를 통해 자국에 러시아군이 영구 주둔하고 러시아의 핵무기를 벨라루스에 배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양국은 1999년 연합국가 창설 조약을 체결한 뒤 국가통합을 추진해왔다.
prayer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