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부 "홍수피해 국가 비상상황…이재민 3천만명"
6월 이후 최악 몬순 우기 지속…누적 사망자 930여명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파키스탄 정부가 자국을 덮친 최악의 몬순 우기 홍수와 관련해 이재민 수가 3천만명에 달하는 등 국가 비상 상황을 맞았다고 밝혔다.
26일(현지시간) 돈(DAWN) 등 파키스탄 매체에 따르면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변화부 장관은 전날 최근 홍수 피해 규모를 전하며 "이것은 국가 비상사태"라며 그런 상황에 맞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은 전례 없는 몬순 우기를 겪고 있다"며 이번달 남동부 신드주의 강수량은 평년보다 784%나 많다고 덧붙였다.
레흐만 장관은 "파키스탄 남부는 거의 물에 잠겼다"며 약 3천만명이 집 없는 신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의 인구는 약 2억3천만명이다.
그는 이어 이번 상황은 기후로 인한 방대한 규모의 인도주의적 재난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레흐만 장관이 제시한 피해 수치는 국제기구의 통계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전날까지 파키스탄에서는 약 300만명이 홍수로 피해를 봤고 18만4천명이 구호 시설에 머물고 있다.
인도,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에서는 매년 6월부터 남동부 지역에서 몬순 우기가 시작돼 9월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에는 해마다 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한다.
다만, 올해는 인도 동북부의 경우 이보다 이른 5월부터 호우가 시작됐고 파키스탄 등의 폭우 강도도 예년보다 심한 편이다.
파키스탄 재난관리국에 따르면 이번 우기 사망자 수는 지난 6월 이후 전날까지 어린이 343명 등 937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도로 3천㎞와 다리 130여개, 주택 49만5천여채가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드주와 남서부 발루치스탄주의 피해가 컸다. 전기와 통신망이 두절된 곳도 속출하고 있다.
신드주의 한 여성은 로이터통신에 "지난 3달 동안 비가 멈추지 않고 있다"며 "흙집의 지붕이 새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인력거 안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주민 대피 지원 등을 위해 군병력을 파견했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구호 물품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파키스탄은 최근 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상태라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레흐만 장관은 최근 트위터에서 파키스탄 중앙이나 지방 정부는 이런 엄청난 기후 재앙을 자력으로 감당할 수 없기에 국제사회 동반자들이 지원에 나서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유엔(UN) 등 국제기구는 긴급 자금을 동원해 지원에 가세하고 나섰다.
한편, 파키스탄의 이웃나라 아프가니스탄도 최근 우기 홍수로 큰 피해를 본 상태다.
탈레반 정부 재난관리부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180명 이상이 홍수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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