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서비어런스호 탐사 예제로 크레이터 바닥 퇴적암 아닌 화성암
수성 변화 흔적도 확인…사이언스 등에 중간결산 논문 4편 발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호가 탐사 활동을 벌여온 '예제로(Jezero) 크레이터' 바닥이 마그마가 굳어 형성되는 화성암으로 돼 있으며, 물에 의한 수성 변화를 겪은 흔적을 갖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37억년 전 고대 호수가 있던 곳이라 모래와 진흙 등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이 발견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어긋났다. 대신 지하 깊은 곳의 마그마로 형성된 암석과 표면의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암석 등 두 종류의 화성암이 발견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8일 화성에 도착해 지구로 가져올 토양과 암석 시료를 채취해온 퍼서비어런스호의 탐사 결과를 다룬 4편의 논문이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각 두 편씩 발표됐다.
퍼서비어런스 프로젝트 과학자인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지구화학 교수 켄 팔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예제로 크레이터 바닥 네 곳에서 진행한 탐사 결과를 개괄하며 퇴적암이 아닌 화성암으로 덮여있다는 점이 가장 큰 놀라움이었다고 밝혔다.
팔리 박사는 로버가 수집한 화성암 결정체는 형성 시기를 정확히 기록하고 있어 지구로 가져와 분석하면 고대 호수가 존재했던 시기나 현재처럼 춥고 건조하게 바뀐 시점 등에 대한 답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했다.
퇴적암은 서로 다른 시기에 형성된 암석 조각이 쌓여 만들어지기 때문에 생명체 흔적이 남아있을 수는 있으나 암석 형성 시기를 특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퍼서비어런스호는 지난 4월부터 예제로 크레이터 바닥에서 벗어나 강물이 흘러들던 고대 삼각주 추정 지역에서 퇴적암 시료를 채취 중인데, 화성암 시료와 달리 생명체 흔적이 발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류량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사이언스지 두 번째 논문에서 예제로 크레이터 안까지 약 7만㎢에 걸쳐 형성된 감람석 암석층 형성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다뤘다.
마그마가 식어 형성된 이 암석층은 운석 충돌설부터 화산폭발설에 이르기까지 형성과정과 관련해 다양한 가설이 제기돼 왔는데, 연구팀은 땅속 깊은 곳의 마그마가 서서히 식어 형성된 뒤 약 25억∼35억년의 침식과정을 거치면서 표면으로 노출됐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퍼서비어런스호의 X선 암석분석장비 '픽슬'(PIXL)을 이용해 감람석 알갱이의 크기를 분석한 결과 1∼3㎜로 표면에서 마그마가 급속히 식었을 때 형성되는 결정체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난 것이 근거가 됐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두 논문은 퍼서비어런스의 '슈퍼캠'(SuperCam)과 지표투과 레이더 장비 '림팩스'(RIMFAX) 등을 이용해 예제로 크레이터 바닥을 화성암이 덮고 있다는 점을 다뤘다.
슈퍼캠은 약 7m 밖에서 연필심만큼 작은 물체를 겨냥에 레이저를 발사, 암석을 기화시키고 가시광 스펙트럼을 통해 화학적 성분을 알아낼 수 있다.
퍼서비어런스호는 과학탐사를 시작하고 약 10개월간 총 1천450차례에 걸쳐 레이저 기화 분석을 진행했으며, 슈퍼캠 책임연구원인 퍼듀대학의 로저 윈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크레이터 바닥이 화성암으로 덮여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슈퍼캠은 또 화성에서는 처음으로 근적외선을 이용해 물이 암석의 광물을 변화시켰다는 점도 확인했다. 하지만 이런 물에 의한 변화가 크레이터 바닥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일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림팩스는 크레이터 바닥 15m 밑까지 상세한 탐사결과를 제공했다.
화성 궤도를 도는 탐사선은 지표투과 레이더 장비를 이미 갖추고 있지만 지상에서 활동하는 로버에 장착돼 활용된 것은 처음으로, 암석층이 최대 15도 경사져 있다는 뜻밖의 결과를 얻었다.
림팩스 책임 연구원인 오슬로대학의 스베인-에릭 함란 박사는 "화성 표면에서는 지표투과 레이더가 처음으로 가동돼 지하탐사 장비로서의 잠재적 가치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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