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앞 매워진 바이든, 트럼프 진영에 '반쯤 파시즘' 독설
WSJ "바이든, 열세 전망 만회하려 트럼프 때리기에 적극 나서"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진영의 국정 철학을 놓고 '세미 파시즘'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의 열세 전망을 만회하기 위해 트럼프 비판에 매서운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스다에서 열린 한 기금모금 행사에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극단적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철학의 시작일 수도, 사망을 알리는 조종(弔鐘)일 수도 있다"며 트럼프 세력을 뒷받침하는 전체적인 철학은 '반(半)파시즘'(semi-fascism)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 연설에서도 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을 '울트라 마가'라고 부른 적이 있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열린 이 날 모금 행사와 대규모 집회에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의 수위를 더욱 끌어올려 눈길을 끌었다고 WSJ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민주주의의 쇠퇴와 공화당의 몇몇 의제가 극단화됐다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오늘날 민주주의는 10년 전에 비해 15% 더 약화됐다. 이 경우 우리가 평화와 안정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참석자에게 던지면서 "오늘날 공화당은 여러분 아버지 세대의 공화당이 아니다. 크게 달라졌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반감을 지닌 공화당 온건파와 무당층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네이선 브랜드 대변인은 바이든의 이런 말은 '비열하다'고 평가하면서 민주당은 치솟는 식량과 가스값으로 고통받는 미국인들을 돕기 위해 충분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역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인근 록빌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집회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때리기를 이어갔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부 공화당원들이 2020년 대선에 대한 거짓 주장을 계속해서 퍼뜨리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그들은 민중의 뜻을 수용하길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DNC 집회에서 "나는 전통적인 공화당원을 존중하지만, (극단적인)'마가' 공화당원들은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원들과 그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공화당원에 대한 '갈라치기'를 꾀했다.
이와 관련, WSJ은 민주당 일부 전략가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 비판에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짚었다.
물가 고공 행진 속에 지지율 추락을 면치 못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핵심 국정 과제의 입법 성공을 발판으로 최근 국면 전환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라고 WSJ은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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