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통령, 부통령 부패 수사 압박 파장
"과거 부통령 수사하던 검사 극단선택했다" 언급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압박하는 발언을 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심야 TV 인터뷰에서 "니스만 검사에게 일어난 일은 그가 자살했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다른 것은 증명되지 않았다. 루시아니 검사가 그런 일(자살)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언급한 알베르토 니스만 검사는 1994년 발생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대인 친선협회(AMIA) 폭탄테러를 수사하던 특별검사였다.
2004년 특검에 임명된 그는 이란 정부와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이 테러의 배후로 지목하고 이란인 용의자들을 인터폴을 통해 수배했다.
그는 2007년 대통령이 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부통령 등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란과 교역을 정상화하려고 이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5년 1월 국회 비밀청문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기 하루 전 자택에서 의문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아르헨티나 검찰은 자살로 결론지었지만 2015년 12월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이 교체되자 정권이 개입한 의혹이 있는 타살 사건으로 성격이 뒤바뀌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니스만 검사의 의문사를 이날 '자살'로 일방적으로 규정하면서 디에고 루시아니 검사를 언급한 것이다.
루시아니 검사는 부패 혐의로 기소된 크리스티나 부통령에게 22일 공판에서 징역 12년형을 구형한 인물이다.
크리스티나 부통령을 수사하는 루시아니 검사를 압박하기 위해 역시 같은 사람을 수사하다 불행을 당한 니스만 검사를 거론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애초 니스만 검사가 살해당했다고 했다가 2019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크리스티나 부통령과 사이가 개선되면서 자살로 입장을 바꿨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루시아니 검사가 니스만 검사의 전철을 밟지 않기는 바란다는 뜻이었다면서 그 어떤 판사나 검사도 아르헨티나에서 불안에 떨 필요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야당 연합 소속 하원의원들은 25일 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탄핵을 준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리오 네그리 야당 원내대표는 "이는 대통령의 발언이 아니라 전형적인 마피아식 발언"이라며 "여당은 법적 문제를 거리로 내몰고 있으며 더 많은 폭력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크리스티나 부통령 지지자들과 여당이 준비 중으로 알려진 대규모 시위를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에두아르도 아르헨티나 검찰총장 대행은 대통령에 보낸 짧은 서한에 대통령의 발언은 헌법에 보장된 검찰청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할 뿐만 공화국의 기본 정신인 삼권 분립과 상호존중에 영향을 미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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