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보다 이익'…동티모르, 호주에 "가스시설 고집땐 中 선택"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대규모 천연가스전 개발에 나선 동티모르가 중국과의 협력을 시사하며 동맹이자 개발 파트너인 호주를 상대로 정제시설 입지 양보를 주장하고 나서 양측의 갈등이 표면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호주가 북부 항구도시 다윈에 정제시설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자 동티모르가 역내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과도 손잡을 수 있다며 양보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25일 호주 ABC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플로렌티노 페레이라 동티모르 석유광물관리청 청장은 전날 호주 다윈에서 열린 노던 준주(NT) 자원 회의에서 그레이터 선라이즈 가스전 개발과 관련, 호주 정부가 다윈이 아닌 동티모르에 가스 처리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번 가스전 사업이 단순한 자원 개발 사업을 넘어 남태평양의 안보와도 연결된다며 "호주와 동티모르, 이 지역의 정치적 안정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스전 개발을 놓고 지역 안보까지 거론하는 것은 동티모르가 가스전 개발 사업을 놓고 최대한 자국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동맹국 호주가 아닌 중국의 손을 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현재 호주와 전방위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레이터 선라이즈 가스전은 동티모르에서 남쪽으로 약 150㎞ 떨어진 가스전으로 이곳엔 약 201㎦ 규모의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710억 달러(약 94조8천억원)어치다.
이 가스전은 동티모르의 국영 석유회사인 티모르GAP가 지분 56.6%를 보유하고 있으며 호주 에너지 회사인 우드사이드가 33.4%, 일본의 오사카 가스가 10%를 갖고 있다.
현재 동티모르는 우드사이드와 가스전 개발을 논의 중이지만 매장된 가스를 퍼 올려 어디에서 처리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우드사이드 측은 가스관을 호주 다윈으로 연결해 처리하길 바란다. 다윈은 가스전에서 450㎞ 떨어져 있어 동티모르보다 멀지만, 각종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고 해저 지형상 가스관을 연결하기에 더 유리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티모르는 자국으로 가스관을 연결해 처리하길 원한다. 자국 내 정제 시설을 설치해 관련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다.
이처럼 의견이 엇갈리자 라모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은 최근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드사이드가 다윈으로 가스관 연결을 고집하면 가스전 개발을 위해 중국의 지원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필요한 경우 동티모르의 지도부가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중국이 남태평양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남태평양 국가들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면서 호주의 심기를 건드리자 이를 지렛대 삼아 협상에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의도다.
페레이라 청장도 솔로몬제도가 중국과 안보 협정을 체결한 이후 호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호주가 지역 안정을 위해 동티모르의 가스전 개발 계획을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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